최종윤 진주교대교수
국립국어원의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서 ‘신문이나 TV에서 나오는 말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015년에 5.6%였던 것이 2020년에는 36.3%로 증가했다. 일상생활에서 문해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해력 문제는 초등교육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초등 1, 2학년 교사 25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한국교육개발원, 2022년) 결과, 국어 수업 시간에 어휘 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교사가 67%, 수학 수업 시간에 어휘 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교사가 60.3%였다. ‘문해력 위기’라고도 한다.
이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모색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은 다양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방식, 한글 전용 세대의 학습 환경, 디지털 원주민세대의 사회문화적 특징 등이 문해력 저하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개선책은 무엇일까? 위에서 제시한 원인을 토대로 범박하게 제시하면 먼저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해력과 학력, 특히 기초학력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교육부는 2020 개정 교육과정에서 ‘한글 책임 교육’을 강조하며 국어 교과서 한글 학습 시간을 확대했다.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세대 간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초·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살아온 환경은 기성세대와 큰 차이가 있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한글 전용 세대이다. 따라서 기성세대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듯 학생들은 한자 어휘나 인쇄 매체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며 상호 이해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회문화적 변화에 알맞은 교육 방식을 강조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수많은 정보가 생성, 유통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보를 사실적, 추론적으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
문해력 저하 현상은 세대 간 상호 이해와 문해력 교육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다. 국가기관은 적절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교육기관은 체계적인 교육 내용과 방법을 모색하고 수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해력 문제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과 구체적인 실천이다. 문해력의 위기는 우리의 문해력 환경, 교육 방식, 지원 정책 등을 되돌아보고 보완할 기회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공동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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