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동요를 부르자
[경일춘추]동요를 부르자
  • 경남일보
  • 승인 2024.07.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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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영 시인
안채영 시인


‘화가 날수록 동요를 부르자’ 라고 거울 앞에 쓰여 있다. 동요(童謠)는 아이 시절 부르는 노래다. 동요는 굳세고 통통 튀는 맑음과 희망이 섞인 노래이다. 노동요처럼 힘이 들어가 기분을 금방 좋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노래다.

동요(童謠)는 긍정의 힘 덕택에 수천 년을 살아남아 오늘에 까지 불리고 성인이 된 지금도 아이의 노래 동요를 좋아하게 된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동요대회에 나가고 싶었을까. 다 큰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말이다.

몇 해 전 동요대회에 못 나간 것의 미련은 차라리 동요대회를 개최하자고 어른이 부르는 동요대회를 기획했다. 어른이어야 하니 나이는 마흔이 넘어야 했고 동요이니 심사위원은 아이들이어야 했다. 신청자가 없으면 어쩌지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예상외로 참여자가 열 팀을 훌쩍 넘겼다. 동요 경연에서 노래만큼 중요한 것이 얼굴 표정이라지만 신청자가 아이가 아닌 어른인지라는 그날만큼은 가면을 쓰게 했다. 준비한 동물 가면을 씌우고 가장 아이다운 맑은 목소리를 내는 것에 점수가 후하도록 사전에 심사 지침까지 정해 두었다. 대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참가자들은 동요를 연습하다 보니 동요를 부르는 그때 만큼은 아이로 돌아간 듯 했다는 소감을 이구동성으로 남겼다. 노예가 부르는 희망가의 묘한 반전이다.

최근 방송엔 트롯 신동이 대세다. 그 트롯의 맛 이라는 게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세월을 지내오며 느낀 감정을 노래로 토해내는 것이다. 그런 이심전심 세월 속 모진 풍파를 겪지 않았어도 아이들은 잘도 꺾어 불러 넘긴다. 흉내만 내는 신동의 노래를 어찌 보아야 할지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상업주의는 한 술 더 뜬다. 방송에서 무슨 상이라도 받으면 일생의 후원도 마다 않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동요보다는 트롯을 불러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착한 척 스물 한번이면 저도 모르게 착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 스물 한 번의 법칙이 생각난다. 어린나이부터 뭐 하러 애달픈 삶 한편을 굳이 흉내로 심어 줄 필요가 있을까, 저러다 동심이 파괴되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몸은 성인인데 정신적 성장이 미숙하면 늘 탈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동요를 부르게 하자.

동요를 부르면 세파의 찌든 때를 녹여 주는 듯 한데 이런 맛을 모르고 성장하는 아이의 미래는 어떨까, 자살률 어쩌고 세계 몇 위를 기록한다는 뉴스는 오늘날 우리 현실의 또 다른 방증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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