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윤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생성형 AI 기술은 우리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일부 교과목을 시작으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방법이 개발돼 교육 현장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쓰기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AI는 편지, 안내문, 보고서, 소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양질의 텍스트를 생성해 보여주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피드백 의견을 제시하는 조언자 역할도 해 편리하고 실용적이다. 하지만 AI가 쓴 글인지 학생이 쓴 글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학생이 AI가 제시한 조언이나 정보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른 분야처럼 쓰기 교육에서도 AI는 혁신적인 기술이자 인간성의 가치를 탐구하는 수단이다.
AI는 필자가 내용을 생성하거나 피드백 할 때 효과적인 인지적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 필요한 지식을 알려 주고 적절한 내용을 제시해 줄 수 있다. 하지만 AI의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쓰기 윤리 문제, 잘못된 정보를 믿는 환각(hallucination)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학생이 쓰기를 할 때 AI에 너무 의존하면 자칫 필자의 주도성을 상실할 수 있다.
쓰기를 교육하는 목적은 학생 필자가 주도성을 가지고 글을 쓰는 능력을 신장하는 것이다. 필자의 주도성이란 필자가 자기 생각을 구성해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저명한 쓰기 교육학자인 피터 엘보우는 ‘힘 있는 글쓰기’라는 책에서 인간의 글쓰기에는 종이 위에 드러나는 개인의 음성인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목소리가 있는 글은 호흡을 불어넣은 글’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글쓰기를 할 때도 자신만의 분명한 생각, 표현 방식이 있을 때 자신의 정체성을 오롯이 드러내는 글을 생성할 수 있다. AI의 편리함에 의존해 필자의 주도성을 잃으면 자신의 글은 점차 없어진다.
AI는 우리의 삶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도구이다. 하지만 AI 활용에 대한 인간의 비판적인 판단은 필요하다. 쓰기는 창작의 고통을 동반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한 글자씩 써 내려가다 보면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성장한 필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쓰기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언어 표현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AI와 공존하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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