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과 존재를 잃어버린 물건 비로소 예술이 태어날 시간
진주에서 사천으로 이전한 레스토랑이 개업 당시부터 썼다는 오래된 칼과 세월의 흔적을 반영하듯 곳곳이 찌그러진 프라이팬, 농가를 식당으로 개조할 당시 사용해 뒷면의 시멘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벽돌.
쓰임을 당한 사물들은 폐기물 처리업체가 아닌 삼천포 바다를 낀 조각가의 작업실로 향했다.
고철이나 건축 폐기물로 수명을 다할 뻔했던 ‘남겨진 것들’은 형평운동을 상징하는 양팔 저울을 주제로 하는 하나의 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형평운동 정신을 요리를 통해 구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를 상징하는 ‘양팔 저울’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식당명으로 삼았다는 뒷이야기는 작가의 해석을 입고 새로운 조각으로 거듭났다.
남겨진 재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전시회가 사천에서 열리고 있다.
사천 복합문화공간 정미소(공간쌀)는 레지던시 입주 작가 최선혜 개인전 ‘Left Overs:남겨진 것들’을 오는 11일까지 정미소 내 공간쌀(사천시 진삼로 150)에서 개최한다.
최선혜 작가는 서울대 미대 학사와 동대학원 석사,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 박사 학위를 밟은 뒤 명지전문대에서 전문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던 조각가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가, 남편의 한국 근무를 계기로 지난 2021년부터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천에 자리를 잡고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 작가는 그간 깨뜨리고 다시 원래의 형태로 복원하는 행위를 통해 의미를 찾아가는 작업에 주로 나서왔지만, 이번에는 기존의 작업과 약간 결을 달리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명 ‘Left Overs:남겨진 것들’처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않고 작업을 하면서 남은 재료나 쓰던 물건 그리고 더 이상 쓰지 않는 도구들을 모으고 붙여 새로운 형태를 만들었다. 쓰임과 존재성을 잃어버린 것들을 모아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창조에 나섰다. 진주의 오래된 커피집에서 사용하던 사이판 커피 추출 기구, 길에서 주운 나무 조각, 부서진 타일 등 모든 것이 그에게는 새로운 조각 재료가 됐다.
최 작가는 “정제된 좋은 재료 대신 남들이 보기에는 쓰레기로 보일 수도 있는 소재를 활용해,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창조해 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마다 제각각의 스토리가 숨겨진 만큼, 최 작가는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그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을 집필해 작품과 함께 전시해 볼 계획이다.
전시 기간 중 오는 3일 오후 2시에는 최 작가와 장신정 씨아트 컴퍼니 대표가 참여해 작가의 예술 세계와 창작 방향을 들여다보는 ‘작가와의 대화’가 개최된다.
한편 이번 전시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도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인 2024 정미소 레지던스 ‘Lively Space SSAL(라이블리 스페이스 쌀)’ 5번째 프로그램인 ‘정미소 클래스 3’ 일환으로 열린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쓰임을 당한 사물들은 폐기물 처리업체가 아닌 삼천포 바다를 낀 조각가의 작업실로 향했다.
고철이나 건축 폐기물로 수명을 다할 뻔했던 ‘남겨진 것들’은 형평운동을 상징하는 양팔 저울을 주제로 하는 하나의 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형평운동 정신을 요리를 통해 구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를 상징하는 ‘양팔 저울’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식당명으로 삼았다는 뒷이야기는 작가의 해석을 입고 새로운 조각으로 거듭났다.
남겨진 재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전시회가 사천에서 열리고 있다.
사천 복합문화공간 정미소(공간쌀)는 레지던시 입주 작가 최선혜 개인전 ‘Left Overs:남겨진 것들’을 오는 11일까지 정미소 내 공간쌀(사천시 진삼로 150)에서 개최한다.
최선혜 작가는 서울대 미대 학사와 동대학원 석사,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 박사 학위를 밟은 뒤 명지전문대에서 전문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던 조각가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가, 남편의 한국 근무를 계기로 지난 2021년부터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천에 자리를 잡고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 작가는 그간 깨뜨리고 다시 원래의 형태로 복원하는 행위를 통해 의미를 찾아가는 작업에 주로 나서왔지만, 이번에는 기존의 작업과 약간 결을 달리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명 ‘Left Overs:남겨진 것들’처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않고 작업을 하면서 남은 재료나 쓰던 물건 그리고 더 이상 쓰지 않는 도구들을 모으고 붙여 새로운 형태를 만들었다. 쓰임과 존재성을 잃어버린 것들을 모아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창조에 나섰다. 진주의 오래된 커피집에서 사용하던 사이판 커피 추출 기구, 길에서 주운 나무 조각, 부서진 타일 등 모든 것이 그에게는 새로운 조각 재료가 됐다.
최 작가는 “정제된 좋은 재료 대신 남들이 보기에는 쓰레기로 보일 수도 있는 소재를 활용해,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창조해 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마다 제각각의 스토리가 숨겨진 만큼, 최 작가는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그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을 집필해 작품과 함께 전시해 볼 계획이다.
전시 기간 중 오는 3일 오후 2시에는 최 작가와 장신정 씨아트 컴퍼니 대표가 참여해 작가의 예술 세계와 창작 방향을 들여다보는 ‘작가와의 대화’가 개최된다.
한편 이번 전시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도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인 2024 정미소 레지던스 ‘Lively Space SSAL(라이블리 스페이스 쌀)’ 5번째 프로그램인 ‘정미소 클래스 3’ 일환으로 열린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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