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창원, 오래된 산단서 만나는 현대미술 전시
진주-창원, 오래된 산단서 만나는 현대미술 전시
  • 백지영
  • 승인 2024.08.0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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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평신경:기억과 감각’展…진주 상평복합문화센터
‘산단과 도시:기계적 감수성의 미학’展…창원 동남아트센터
오래된 산단 안에 들어선 신생 문화시설은 산단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작게는 고물상 같은 자원 시설과 공업사부터 크게는 대규모 공장까지 2차 산업으로 점철된 지역에서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실험적 전시가 진주와 창원에서 열리고 있다.

그간 기계와 부품, 노동 등의 단어로 채워졌던 노후 산단에 가뭄 속 단비처럼, 혹은 멀끔하지만 왠지 위화감을 주며 등장한 문화시설에서 미디어 아트와 키네틱 아트, 설치 미술 등 동시대 미술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지난 1일 진주 상평복합문화센터와 창원 동남아트센터에서 ‘문화가 있는 산업단지’ 전시 2종을 동시 개막했다.

‘문화가 있는 산업단지’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창원에서 열린 민생 토론회에서 ‘청년들이 살면서 일하고 싶은, 문화가 풍부한 산업단지를 조성해달라’고 지시했던 데서 시작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특별 전담팀(TF)을 발족하고 관련 사업을 모색했다.

그 결과 청년 등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 등의 개선을 위해 해당 지역을 문화가 풍부한 산업단지 지역으로 만드는 ‘문화가 있는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신설됐다.

사업 일환으로 시범 전시를 진행할 산단 내 복합문화센터를 전국에서 물색한 결과 지난해 개관한 진주 상평복합문화센터와 창원 동남아트센터가 낙점됐다. 두 공간 모두 최근 문을 연 따끈따끈한 문화 공간으로 전시를 진행 기반 시설이 비교적 잘 갖췄다는 점이 주효했다.

전시는 두 공간별로 진행한 공모에 선정된 수도권 전시 운영사가 준비했다. 각각 구성한 전시 기획에 맞춰 생각한 작가와 작품을 문체부·예술경영지원센터가 기존에 진행해 온 ‘미술품 대여사업’을 통해 빌려왔다.

문체부 담당자는 “이번 전시는 산업단지가 가진 가치와 의미를 미학적으로 탐구해 산업단지를 예술로 해석한 전시일 뿐 아니라 예술이 산업단지에 새로운 문화적 생기를 불어넣는 시범 사업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진주와 창원에서 진행한 시범 전시 반응과 성과, 방식 등을 면밀히 관찰해 내년 전시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다.

◇진주 ‘상평신경:기억과 감각’展=진주에서 오는 9월 30일까지 열리는 ‘상평신경(上坪新境):기억과 감각’展은 지난 3월 실질 운영을 시작한 상평복합문화센터·상평혁신지원센터(진주 대신로244번길 8)가 그 무대다. 개관한 지 얼마 안 돼 진주 시민들도 잘 모르는 이 공간은 3층 규모의 상평복합문화센터와 2층 규모의 상평혁신지원센터가 연결된 형태의 건물로, 전시는 1층 로비와 3층 컨벤션홀·복도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진주 상평산단 내 혁신센터와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산업적 요소와 문화적 요소가 서로 융합된 공간에서 예술을 접하는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

국내외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김혜경, 서동주, 서성협, 이은숙×허이나, 차민영, 허보리, 황규백 등 작가 8명이 설치미술 4건, 미디어아트 4건, 드로잉 5건, 영상 설치 3건을 선보인다. 특히 평소 진주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감각적인 설치 작품을 소개하려 공을 들였다.

폴리에스터 필름으로 만든 의자에 야광 실을 넣고 UV LED 조명을 쏜 ‘소통의 의자’, 단단한 금속 대신 직장인들의 갑옷인 정장·작업복 등 부드러운 천을 분해·조합해 무기의 형상으로 재탄생시킨 ‘무장가장’ 시리즈 등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운영사인 ㈜애너그램 측은 “다양한 예술 장르의 융합을 통해 산업과 문화를 통합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미래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현대 미술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를 준비한 김미교 큐레이터는 전시를 관통하는 두 단어로 ‘경계면’과 ‘관통’을 꼽았다.

그는 “서로 분리를 하는 경계가 아닌 서로 마주 보는 ‘경계면’이라는 관점에서 전시를 바라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소리와 촉감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즐길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9월 30일까지 평일 오전 10시~오후 8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해설은 8월 12·14일, 9월 11·25일 각 정오와 오후 3시에 진행 예정이며, 현재 토요일 전시해설 추가도 검토 중이다.

오는 12일 오후 4시에는 기념 공연으로 핸드팬과 대금·소금 연주가 준비돼 있다. 오는 20·21일에는 이번 전시에 프로젝션 맵핑(가상의 영상을 현실과 접목해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기법)을 선보이는 허이나 작가에게서 이틀에 걸쳐 프로젝션 맵핑을 배우는 워크숍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 해설과 공연, 프로젝션 맵핑 강좌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처는 진주시청 누리집(www.jinju.go.kr)→알림마당→새소식 란에 올라온 전시 안내 게시물에서 확인하면 된다.

◇창원 ‘산단과 도시:기계적 감수성의 미학’展=올해로 국가산단 50주년을 맞은 창원에서는 오는 9월 13일까지 창원 동남아트센터에서 ‘산단과 도시:기계적 감수성의 미학’展을 개최한다.

동남아트센터는 창원공단 조성 당시인 1989년에 건립된 옛 동남전시장 서관을 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킨 곳으로, 지난해 개관 후 이번이 첫 전시다. 전시는 전시장과 로비를 합해 600㎡ 이상 규모의 공간에서 열린다.

전시는 산업단지와 도시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탐구하고 기계적 감수성과 도시화한 삶의 미의식을 조명한다.

전시에는 유근택·최진욱·권기동·김도균·여주경·강홍구·김상균·김진열·정직성·박성연·이태희·박준범·정정주·조병철·박종영·최문석·노상준 등 한국 중견·신진 작가 17명이 참여한다. 기계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미적 감각과 산업단지와 도시의 상호작용, 공통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회화, 사진,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 등 현대미술 작품 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도시 풍경과 산업시설, 공장과 기계적 미학이 작동되는 공간을 재현하며, 이를 통해 산업단지와 도시의 독특한 매력을 조명한다.

전시는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산물들을 제공한 공장이 없다면 우리의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 역시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상당수 작가들은 그런 공장의 모습이 유기체의 세포분열 혹은 생체 기관의 움직임과 유사한 것을 발견했고 그것을 이미지로 담아냈다. 영상 작가들은 기술을 접목해 기계 미학의 감수성을 연출했다.

전시 부대행사로는 키네틱아트 체험 행사 창작 체험 워크숍이 마련된다.

AI 화가로봇과 함께하는 아트 체험을 비롯해 △오토마타(기계식 인형) 체험 △내가 만드는 움직이는 롤링 등 체험이 준비돼 있다. 오는 매주 토요일에는 가족 관람객 대상 키네틱 아트 창작 체험 워크숍이 무료 예약제로 진행된다.

전시를 준비한 상상공작소 측은 “경남은 다양한 제조업과 첨단 기술 산업이 밀집된 대한민국 중요 산업 중심지”라며 “기계적 감수성을 탐구하는 전시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산업과 도시를 탐구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는 오는 9월 13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련 정보 동남아트센터 누리집(dnart.or.kr). 키네틱 아트 워크숍 예약 상상공작소(031-291-5905).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상평신경’展 허보리 作 ‘부드러운 K9’. 백지영기자
‘상평신경’展 이은숙×허이나 作 ‘소통의 의자’. 백지영기자
‘상평신경’展 김혜경 作 ‘시간과 공간을 너머_W’. 백지영기자
‘상평신경’展 차민영 作 ‘기억의 파동’. 백지영기자
‘산단과 도시:기계적 감수성의 미학’展 전시 모습. 사진=상상공작소
‘산단과 도시:기계적 감수성의 미학’展 전시 모습. 사진=상상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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