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국 소소책방대표
책방이 영업 중인 곳은 진주시 망경동이다. 진주시 원도심 중 오래된 주택이 많은 곳이다. 아직도 책방 앞 골목에선 5일장이 열리고 영업 중인 작은 가게들이 많다. 아주 오래전, 30년이 훌쩍 넘은 듯한데 망경동 육거리에는 완사, 하동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간이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육거리는 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진주에 나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마지막 필요한 일들을 처리하곤 했다. 금요일 저녁이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도 많았다. 이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느냐면 하동군 북천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동에서 버스를 타고 진주로 나올 때도 육거리에서 하차할 때가 많았다.
옛 기억 속 망경동 풍경과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평일이면 책방 앞을 지나는 사람의 거의 볼 수 없고 골목길 쉼터에만 동네 할머니들의 나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계실 뿐이다. 요즘 같은 폭염엔 점심시간 식당과 카페가 있는 골목 외엔 더위와 정적만 흐른다. 예전 살던 북천이나 망경동이나 마찬가지인 것은 할머니 혼자 사는 집이 많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은 80.6세, 여성은 86.6세로 여성이 장수(일본 다음으로 여성 기대수명이 높다)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농촌이나 지방 중소도시의 원도심에 특히 고령 여성 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올해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10집 중 1집은 65세 이상 1인 가구(9.7%)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여성 독거노인의 비중이 크다고 한다. 10명 중 7명은 상대적 빈곤이 시달리고 있다. 내년부턴 65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는다고 하니 앞으로 노령인구의 1인 가구 비율을 점점 높아질 것이다. 혼자 살수록 정보와 복지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망경동 할머니들은 친구들이 계시니 서로 챙기실 게 분명하다.
얼마 전 부산 영도구의 한 마을기업에 일이 있어 갔다가 고독사한 어르신에 대한 사연을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안부를 묻고 반찬을 전해주는 봉사자가 돌아가신 것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평소 이웃과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 청소비 10만 원을 놓고 아령을 묶고 한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60대 어르신의 사연도 있었다. 정부나 지자체의 복지정책은 언제나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걸 보완해주는 것이 마을 공동체의 끈끈하고 촘촘한 인간관계일 텐데,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지고 온정은 사라지고 있으니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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