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마저 포기하고 주민 위해 용기있는 결단
거제시민 장례비 부담 덜고, 통영시 적자 줄고
지역 국회의원, 양 시의회도 참석 “참 부럽다”
거제시민 장례비 부담 덜고, 통영시 적자 줄고
지역 국회의원, 양 시의회도 참석 “참 부럽다”
오는 10월부터 거제시민들도 통영시민과 동등한 조건으로 통영시에 소재하는 화장장을 쓸 수 있게 된다. 장례시설은 물론 쓰레기소각장 등 각종 기피시설을 놓고 지자체 간 지역정치인간, 그리고 주민들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통영과 거제의 상생 모범 사례는 타 지자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영시와 거제시, 거제시와 통영시는 지난 9일 오후 통영시청 회의실에서 ‘통영시 추모공원 화장시설 공동사용 협약식’을 열었다.
이날 협약은 거제시가 기존 통영시 공설 화장시설을 향후 30년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앞 서 거제시의회는 지난 5월 ‘통영시 추모공원 공설화장시설 공동사용 협약체결 동의안’을 가결해 사업 추진 근거를 마련했다.
거제시는 자체 화장 시설이 없어 시민들은 주로 인근 통영과 고성, 진주·사천 등으로 이동해 장례를 치러야만 했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니어서 타지 장례비용만도 수월찮게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영시 화장시설과의 중복투자와 공급과잉 등 문제가 제기됐고 서일준 국회의원을 비롯한 거제시의회와 협력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거제시가 자체 화장장을 건립할 경우 건립 비용만 250억원 가량 들고, 통영시에서는 거제시민 화장장 이용급감으로 인한 수입 감소 등으로 적자 발생 우려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거제시는 건립비용을 아끼고, 거제시민들은 통영화장장 이용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며 통영시는 보다 안정적으로 화장장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양 지역 공동사용이라는 해법을 찾았다. 그러나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과정과 걸림돌을 제거해 내며 우여곡절 끝에 양 지자체는 화장시설 공동사용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해 냈다.
이날 협약식에는 박종우 거제시장, 천영기 통영시장, 서일준 국회의원(거제), 정점식 국회의원(통영·거제), 신금자 거제시의회의장, 배도수 통영시의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두 지자체 협업으로 거제시민은 오는 10월부터 통영시민과 같은 10만원에 화장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협약서 내용을 보면 화장시설 건립비용 중 통영시 부담금 50%에 진입로 개설비용의 25%인 99억2600만원을 거제시에서 일시 부담하기로 했다.
또 연간운영비는 화장 건수에 비례해 공동부담하는 한편, 일시부담금을 납부한 날의 다음달 1일부터 30년간을 공공사용기간으로 하며 이견이 없을 경우 자동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겨져 있다. 앞으로 두 도시의 관련 조례 개정 및 예산 확보 등 행정절차만 남았지만 이같은 절차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면 거제시민은 오는 10월부터 통영시 화장시설을 10만원의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이번 협약은 두 지자체장뿐만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회와 협력해 상생 협력을 구축한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도 지자체간 협력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고 시민 복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이번 협약으로 지자체간 화장시설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 및 행정력 낭비 없이 시민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릴 수 있게 됐다”며 “주민 복지를 위한 두 도시의 협력이 계속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창일·손명수기자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