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넘치는 헛소문 ‘님이 짐작하소서’
[천왕봉] 넘치는 헛소문 ‘님이 짐작하소서’
  • 경남일보
  • 승인 2024.08.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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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개야미 불개야미 등 부러진 불개야미/ 앞발에 창병 나고 뒷발에 종기 난 불개야미 광릉재 너머에서 범 허리를 추켜 물고 북해 건넌다는 말이 있나이다 님이시여/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하소서’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개야미’란 사설시조다. 허리 부러지고 발병 난 개미(蟻)가 호랑이를 물고 북해를 건넜다는 터무니없는 말도 있는 세상이니 옳고 그름을 잘 가리라는 소리다.

▶소문이란 말도 안 되게 과장되거나 허황된 것이 많아 가려 듣고 진위를 잘 짐작해야 한다. 시의 화자는 아마 자신에 대한 그릇된 소문이 님의 귀에도 들어갈 것을 저어하여 세상 사람이 무슨 소릴 해도 날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일 게다. 내쳐진 충신이 임금에게 고하는 하소일 수도 있겠다.

▶범을 문 개미가 산 넘고 바다를 건넌다는 식의 헛소문은 오늘날 더 많고 더 빠르다. 축구 선수 손흥민이 강남 한 클럽에서 한자리 술값으로 3000만 원을 썼다는 글이 온라인상에 올랐다. 최근 영국 토트넘과 독일 바이에른뮌헨의 친선경기 후 선수들을 데리고 가서 상식 밖 호화 술판을 벌였다는 거다. 글은 삽시간에 온세상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손 선수는 그런 일이 없었다.

▶이 헛소리는 클럽 직원들이 업소 홍보 효과를 노려 올린 거란다. 5명이 고소당했다. 명예훼손 혐의라니 처벌은 보나마나 흐지부지 가벼울 거다. 그러나 이런 죄는 아주 따끔하게 다스려야 마땅하다. 온라인 헛소문은 오늘날 경우에 따라 피해자에게 치명적 상처가 된다. 이 시대 넘치는 헛소리, 전후좌우 잘 가려 ‘님이 짐작하소서.’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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