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1억짜리 현대미술전, 진주시 행사 들러리?
국비 1억짜리 현대미술전, 진주시 행사 들러리?
  • 백지영
  • 승인 2024.08.14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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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전 열리고 있는 센터 내
같은날 진주창업지원센터 개소식
관람객 발길 돌리고 항의 촌극도
정부가 전국 산업단지에 문화를 꽃피우겠다며 최근 진주·창원에 시범적으로 현대미술전을 개막한 가운데, 진주시가 전시 연계 행사 장소에서 자체 행사를 진행하면서 현대미술전이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오후 3시 30분 진주 상평혁신지원센터·복합문화센터에서 ‘진주창업지원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진주 상평혁신지원센터·복합문화센터는 지난 2019년 진주시가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잇따라 선정돼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해 조성한 센터다.

이 가운데 센터 핵심 시설로 꼽히는 진주창업지원센터가 지난 12일 개소하게 된 것. 이날 진주시장을 비롯해 도·시의원, 국립대 총장, 창업지원 유관기관, 기업인, 시민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로비는 의전 준비에 나선 공무원과 경제계 인사들로 북적였다. 문제는 이날 같은 건물에서 개소식 전후로 의미 있는 문화 행사들이 예정돼 있었다는 점.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주관으로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열리는 2024 문화가 있는 산단전시 ‘상평신경(上坪新境):기억과 감각’展 연계 행사다.

‘문화가 있는 산단전시’는 문체부 등이 내년부터 산업단지를 문화예술로 채우기 위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올해 시범적으로 진주와 창원 딱 2곳에서 진행 중인 현대미술 전시다.

전국 산업단지 내 문화시설 중 진주 복합문화센터와 창원 동남아트센터를 전시 장소로 확정했다. 특히 예산 1억 원 전액을 국비로 투입한 만큼 지자체나 주민 입장에서는 반가운 전시다.

1일 개막한 ‘상평신경’展 오프닝(개막) 기념 공연은 12일 오후 4시 진행됐다. 전시기간 중 단 5일 선보이는 전시해설 역시 12일 첫선을 보였다.

그러나 전시해설(오후 3시)과 개막 기념 공연(오후 4시) 한 가운데인 오후 3시 30분 진주창업지원센터 개소식이 같이 열렸다.

당초 개막일인 1일 개막 기념 공연이 예정된 상태였지만, 진주시가 12일 센터에 의미있는 행사가 열리니 공연을 연기하고 같은 날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문체부 담당자는 “진주시가 전시에 협조적이었던 만큼, 수락 가능한 요구였다고 판단했다”며 “진주시가 노후 산단을 개선하고, 산단 지역이 문화적 활기를 되찾기를 바라며 전시 공간을 내어준 만큼 그 정도 협조는 가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막식을 대신해 뒤늦게라도 전시를 빛내줬어야 할 이날 전시 연계 행사들은 진주시의 개소식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미디어아트 작품 앞에는 센터 개소식을 위한 집기들이 놓였고, 가장 다양한 작품이 설치된 3층 컨벤션 홀에서는 전시해설과 공연 연주자들의 악기 조율이 병행돼 관람객이 항의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일상의 소음과 악기 소리 등이 중첩된 소리가 방파제 형태의 설치 작품 속에 숨어있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시해설사의 목소리조차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날 전시 연계 행사들을 보기 위해 타지에서 진주를 찾은 일부 방문객은 전시에 전혀 집중할 수 없다고 토로하며 중간에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도내 한 미술계 관계자는 “지자체 예산이 조금이라도 들어가 책임지거나 문제 제기를 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12일 진주 상평혁신지원센터 로비에서 ‘진주창업지원센터 개소식’을 앞두고 관계자들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건물에서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상평신경(上坪新境):기억과 감각’展을 위해 설치된 미디어아트 작품(사진 왼쪽) 앞을 개소식 관련 집기 등이 가로막고 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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