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은 당신을 미처 보지 못했네
커튼 사이로 펄럭이는 바람을 닫고서야
와장창 깨지는 당신을 보았네
그제야 내 안에서
당신이 꽃 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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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화분이 있는 줄을 깜박 모르고
바람을 닫다 와장창하고 꽃을 넘어뜨렸던 경험이 있다
가려져 있는 것에 대한 예사로움이 낸 사달이다.
그 낭패를 누굴 탓할 일도 못 되지만
엉망진창이 된 상황이 무척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심한 것들의 존재는 당해봐야 깨닫는다.
익숙함에 대한 편견은 아쉬워야 드러난다.
소중한 것들의 가치도 더욱 그렇다.
항시 곁에 있기에 인색했던 고마움.
내가 깨어지고 피 흘릴 때
저 가려진 커튼처럼 존재의 가치가 빛난다.
어두워야 더 빛나는 별빛처럼
상처의 틈새에서 가려진 존재를 보게 된다.
거추장스럽고 당연한 당신이었고
예사로움을 견뎌준 당신이었지만
내 안에 더욱 꽃인 줄 몰랐던 당신이었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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