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찬 창원총국
사실 유보통합 논의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있어 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30년이나 푹 삭을대로 삭아 너덜너덜해진 이 정책이 드디어 그 매무새를 고쳐 잡고 세상밖으로 나오려는 참이다. 그런데 왜 이 아이는 수십년 동안을 묵은지마냥 땅속에 묻혀 저온숙성 상태로 곰삭았어야 했을까. 들여다보자.
일단 매 정권마다 정책결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수많은 우선 현안에 밀린 유보통합은 언제나 뒷방 늙은이 신세였다. 원래 교육정책이란 것이 그렇다. 장기적 안목으로 먼 미래를 보고 투자했을 때 비로소 빛을 보는 특성상 당장 표가 급한 정치인들에게는 매력적일 수가 없다.
무엇보다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수준·양성과정·운영방식 통일이 만만찮은 일이다.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전문대 이상 유아교육과 졸업과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반면 어린이집 교사는 별다른 학력 제한 없이 학점은행제만으로도 보육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원장도 그렇다. 자격 취득에 있어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 사이에는 난이도 차이가 존재한다. 교육현장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주요 이유인 동시에 유치원 교사들이 유보통합을 반기지 않는 이유다.(‘5만명’의 유치원 교사들은 현 정부가 ‘30만명’의 보육교사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인다고도 주장한다. ‘갈라치기 유보통합’이란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특히 유보통합을 주장하는 이들이 제시하는 모델이 스웨덴, 독일, 프랑스 같은 유럽모델인데 이들 국가들은 국공립 비중이 70%가 넘는 덕에 정책 수행이 훨씬 수월했다는 사실 역시 간과돼 왔다.
기자실 옆자리 선배는 우여곡절 끝에 대만과 뉴질랜드를 다녀왔다.(4월 22일자 [기자의 시각] 참조) 앞으로 갈팡질팡 유보통합이 유보통합(留保統合)이 되지 않도록 시리즈 기사를 통해 따끔한 질책과 수준높은 대안들을 내놓을 참이다. 나역시 주의깊게 톺아 볼 생각이다. 경남의 유보통합이 제대로 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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