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편집부장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재일한국인학교 교토국제고가 일본고교야구대회 결승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일본 고교야구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은 지난 21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렸다. 아오모리야마다 고교와 만난 교토국제고는 2점을 먼저 내주고 끌려가다 6회 3점을 올리며 역전승했다. 아쉽게 패한 아오모리야마다 선수들이 울먹이며 고시엔 경기장의 흙을 담아가는 모습이 나돌며 고교야구는 낭만스포츠라는 감동이 쏟아지기도 했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승리 후 부른 교가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아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의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가사로 시작된다. 한국어 가사 때문인지 ‘동해’ 때문인지 8강전에서 부른 교가가 일본 NHK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자막을 바꾸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NHK는 한국어 가사에 일본어 자막을 달면서 ‘동해’를 ‘동쪽의 바다’, ‘한국의 학원’ 부분은 ‘한일의 학원’으로 표시했다. 좀스러운 일이다. 아무튼 교토국제고는 오늘 간토다이이치고와 오늘(23)일 결승전을 치른다. 일본 고교야구지만 재일교포들이 만든 학교이다보니 약식 한일전인셈이다.
한편으로 스포츠는 승부를 떠나 도전과 극복의 장이다. 또 하나의 도전과 감동의 장이 파리에서 다시 열린다. 28일 개막하는 장애인올림픽 패럴림픽이다. 비장애인 파리 올림픽은 기대 성적보다 월등히 높은 결과를 가져오면서 감동과 기쁨의 순간을 연출했다. 믿음직한 양궁, 화려한 펜싱, 짜릿한 사격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유도, 복싱, 탁구, 육상까지 ‘스포츠는 드라마’라는 공식에 어긋남이 없었다. 안세영 선수의 금메달 후 ‘사자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열정과 감동이 고스란히 패럴림픽으로 이어진다. 현지시각으로 28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린다. 이번 대회는 184개국에서 4400여 명이 참가한다. 우리나라는 17개 종목에 선수 94명 임원 83명 177명이 출전한다. 장애인 올림픽에 임원이 선수보다 많은 것은 흠이 되지 않는다. 선수들을 후원할 임원이 비장애인보다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어서다.
파리의 올림픽 축제가 모두 끝나면 10월 전국체전이 다시 기다리고 있다. 국제대회보다 시들하겠지면 양국처럼 국제대회만큼이나 팽팽한 대결도 있다. 양궁은 올림픽 메달보다 전국체전 메달이 어렵다고도 한다. 국내 양궁선수들의 10점 대결이 마침 진주에 있는 공군부대 양궁장에서 펼쳐진다. 경기장 개방문제로 고심하고 있다고 하니 명장면들 직접 볼 기회가 주어질 지 궁금하다. 파리 올림픽에서 성승민 선수가 여자선수로 한국에 첫 메달을 가져온 근대 5종도 진주 곳곳에서 열린다.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을 겨루는 경기다. 전국체전의 주 개최지는 김해시지만 경남 곳곳에서 전국체전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해마다 열리는 전국체전은 이번처럼 올림픽 바람을 타지 않고서는 관심을 쉽게 받지 못한다. 고교야구, 고교축구도 학생들이 학업과 병행하며 치열한 승부를 펼치지만 프로스포츠와 달리 중계를 쉽게 접할 수 없어 관심 밖인 경우가 많다. 우승이나 아쉬운 준우승 소식이 들려와야 슬쩍 관심을 주는 정도다.
그럼에도 이 뜨거운 여름 일본의 고시엔에서 한국어 교가를 다시 한번 부를 교토국제대의 낭만 스포츠를,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승부를 향해 직진할 패럴림픽의 열정을 만날 기대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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