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가까이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
[경일춘추]가까이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
  • 경남일보
  • 승인 2024.08.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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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국 소소책방 대표
조경국 소소책방 대표


수상한 카드결제 문자가 왔다. ‘해외승인, 54.97달러’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해외에서 결제한 일이 없었다. 결제한 지역이 네덜란드라니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가끔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도 배송대행을 이용했던지라 이번 결제 건은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관련 메일이 와 있어 확인해보니 6개월 전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결제를 했던 것. 자동 갱신을 신청한 적이 없었는데 프로그램을 설치하며 나도 모르게 체크를 하고 넘어갔던 듯하다. 결제 취소를 위해 카드사에 급히 전화를 했지만 해외 결제의 경우 카드사에서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직접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 회사에 연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보낸 메일에 인공지능 ‘챗 지피티(ChatGPT)’의 힘을 빌려 영어로 작성한 답장을 보냈다. 챗 지피티에게 “카드 결제 취소를 위한 영문 메일을 작성해줘”라고 명령하자 한눈에 봐도 깔끔하고 잘 정리된 메일을 작성해 보여줬다. 메일 작성자가 꼭 포함해 직접 입력해야하는 항목도 헷갈리지 않도록 배려해 작성해줬다. 예를 들면 결제일, 결제금액, 결제ID, 결제수단, 결제취소 이유 등을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만약 이런 정보를 포함해 영문으로 메일을 작성하라고 한다면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어가 두렵고 경험이 없다면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챗 지피티가 있으니까.

담당자와 두어 번 더 메일을 주고받은 후 결제를 취소할 수 있었다. ‘Refund(환불)’라는 메일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번 경험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엄청난 편리를 가져다줄 수도 있고, 앞으로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발전 속도라면 멀지 않은 시대에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많은 일을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그만큼 수고를 덜 수 있겠지만 이런저런 일자리도 사라질 가능성이 커질 테다.

세상일이란 뭐든지 일장일단이 존재하고, 지금 당장은 인공지능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많은 부분을 바꾸게 될 것이란 건 확실하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편리함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더는 불편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기대와 두려움, 그 사이에 있지만 이미 인공지능 시대의 거대한 파도 위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편리함을 경험하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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