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상생의 길을 찾고자 시작된 광역소각장 설치가 이렇게 복잡하고 시끄러울 일인가 싶다. 진주시와 사천시가 ‘네 탓 공방’에 여념이 없고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얼굴을 붉히고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될 일을, 오로지 주관적 사고에 매몰된 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광역소각장 설치를 두고 벌어지는 양 시를 보면 마치 ‘핑퐁게임’을 보는듯 하다. 한쪽이 공을 넘기면 다른 쪽은 이를 받아 공격하고, 그 공을 받은 쪽은 또 다시 상대방을 향해 더 강한 ‘스매싱’을 날리는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지루한 게임을 펼치고 있다.
광역소각장 설치는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수도권 지역은 2030년부터 가연성 쓰레기를 태우지 않고 바로 매립하는 게 법으로 금지된다. 그러다보니 소각장이 없는 지자체들은 제각기 소각장 시설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소각시설이 있지만 용량이 부족한 사천시나 아예 소각시설이 없는 진주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체 소각시설을 설치하자니 막대한 사업비가 발목을 잡는다. 부지 선정에서부터 각종 민원, 가동 이후의 유지·관리비 등 풀어야 할 숙제들도 한 가득이다. 마침 정부는 고비용 시설을 인근 지자체들끼리 권역별 광역화·대형화를 권고 했고, 경남도도 ‘진주시 광역소각장 설치, 사천시 동참’이란 중재안을 마련해 논의해 왔다.
중재안대로라면 1일 처리용량 300여t인 진주시가 주도하고 100여t에 불과한 사천시는 따라가는 형태라 할 수 있다. 밥상은 진주시가 차리고 사천시는 숟가락은 얹되, 동등한 입장에서 협조하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던 이 사업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사천시가 광역소각장 설치에 대한 진주시의 의견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단독 설치·운영이었다. 지금껏 논의해온 과정들은 깡그리 무시한 채 독자 건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후에도 ‘행정통합’을 광역소각장 설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더니, 이제는 ‘사천 지역 내에 설치하면 적극 협조하겠다’며 몽니를 부린다.
광역소각장 설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위치 선정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진주시가 민감한 이 문제를 자의적으로 못 박고 ‘싫으면 말고’식으로 툭 던져 놓는다. 사실상 사천시와는 하지 않겠다는 통보나 다름없다. 무책임하고 진정성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광역소각장 설치가 안된 이유는 ‘사천시의 공식 제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가 봐도 발목을 잡은 쪽은 진주시다. 애매모호한 조건을 달아 논의 자체를 거부해 왔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그대로다. 진심으로 광역소각장을 원한다면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자존심을 긁는 듯 한 언행은 삼가야 한다. 협상이란 동등한 위치에서 존중하고 배려하며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상식은 실종되고 지역이기와 불신만 판을 치고 있다.
광역소각장 설치는 시대적 사명이며 반드시 마무리해야 할 숙원사업이다. 향후 5년 뒤면 법적으로 소각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부지 선정과 각종 민원, 여기에 엄청난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하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실보단 득이 많기에 시작한 일이다.
실익 없는 소모전은 이제 끝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상생의 길이 무엇인 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몇몇의 아집과 잘못된 판단은 지역을 병들게 하고,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힘든 짐만 떠 넘기게 된다. 후대에 존경받진 못할지언정, 욕먹는 일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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