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0주년 경남도립미술관 학술세미나
동시대 지역 공립미술관 소장품 현황·과제
동시대 지역 공립미술관 소장품 현황·과제
경남도립미술관이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은 가운데, 미술관 정체성과 직결되는 소장품 수집 범위·전략을 담은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관장이나 학예 인력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남도립미술관은 11일 오후 경남도립미술관 지하 1층 다목적홀에서 학술 세미나 ‘동시대 지역 공립미술관 소장품 현황과 과제’를 개최했다.
소장품 수집과 연구는 미술관 기능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활동으로, 소장품은 바로 미술관의 정체성과 특성을 나타낸다.
경남도립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진행 중인 소장품 기획전 ‘GAM 컬렉션:미래의 기억’과 연계해 그간의 소장품 수집과 활용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소장품 수집 정책과 활용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경남을 비롯한 부산·대전·대구·광주 등 광역 단위 지역 대표 공립미술관 소장품 수집 연구 담당자들이 발제자로 나서 각 기관 소장품 수집 현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했다.
경남도립미술관의 2024년 현재 소장품은 구입 521점, 기증 839점, 관리 전환 79점 등 3개 유형을 합쳐 총 1439점이다. ‘소장품 수집 정책’에 따라 매년 공모, 추천 위원회, 심의 위원회 절차를 거쳐 수집하거나 경남도 자산이던 작품을 받아 보존 관리 중인 작품이다. 올해부터는 기증을 위한 수증심의위원회를 별도로 개최한다.
소장품 수집 방향은 2004~2006년에는 학예실에서 직접 조사·연구해 작품을 추천했던 것을 시작으로 작품추천위원단·작품심의위원회·가액평가위원회를 구성했던 2007~2012년을 거쳐 현재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발제에 나선 박현희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경남도립미술관의 소장품 수집은 ‘운영 조례 시행규칙’에 간략하게 명시된 소장품 수집 심의 기구와 소장품 수집 절차에 따라 진행하며, 아직 별도의 소장품 수집 및 관리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짚었다.
수집 방향은 소장품 성격과 미술관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매우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기반 공립미술관과 마찬가지로 경남도립미술관 역시 행정 관할인 경남 지역 미술을 수집·연구한다는 기본 방향 외에 특별한 점이 없다.
반면 광주시립미술관은 민주화, 대전시립미술관은 뉴미디어, 포항시립미술관은 스틸, 수원시립미술관은 여성미술 등에 초점을 맞춰 소장품을 수집해 오고 있다.
박 학예연구사는 그간 경남도립미술관이 경남의 역사성·장소성·정체성을 담기 위해 수집·활용한 작품들이 향후 경남미술사 흐름을 정립하는 중요한 부표와 증거가 될 거라고 보면서도, 작가별·장르별 군집과 맥락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안목 있는 컬렉터(수집가)나 지역 작가의 작품 기증은 유상 구입 작품의 틈을 보완하고 풍성한 컬렉션을 구축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다만 지역의 특성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경남도립이라고 해서 해외·중앙·지역에 대한 선을 견고하게 긋기보다는, 경남도립미술관의 앞으로의 정체성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새롭게 세워나갈지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집 방향·방법 면에선 소장품 공모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술관 전체 방향을 이끄는 주체인 관장과 학예직의 제안 또는 전문인의 추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2013년부터 운영 중인 소장품 공모제는 정작 미술관의 방향을 끌고 가는 관장, 학예직의 작품 추천이나 선정 참여가 공식적으로 막혀있기 때문에 수집의 범주를 구체화하고 작품의 우선순위를 두기에는 역부족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집예산과 인력 조직, 미술관의 전문성·특수성에 대한 경남도 행정의 인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지역 공립미술관 소장품 담당자들의 각자 몸담은 미술관 소장품 현황과 과제를 소개하는 발제를 통해서도 경남도립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길을 엿볼 수 있었다.
임종영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작품 수집과 보존, 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과 수장 공간 확보, 효율적인 소장품 관리 시스템이 요구된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문 인력 양성과 수집 예산의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박효원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보다 전문적이고 집중적으로 소장자원 수집·연구 등을 수행하고자 지난 2022년 소장품자료연구팀을 신설하고 운영 중인 사례 등을 설명했다.
김민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지난 2022년 시민들이 언제든 방문해 소장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열린 수장고를 개관해 상설 전시, 기획 전시 등에 나서고 있는 현황을 소개했다.
김정윤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지난 2020년 수집 연구팀 신설 후 소장품 수집과 관리, 아카이브 업무 담당자가 나뉘면서 소장품 연구의 연결과 확장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일부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돼 반환하는 사태를 겪으면서 작품 구입·수증 절차가 보완하고, 기증 작품에 대한 감정 평가를 계획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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