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94)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94)
  • 경남일보
  • 승인 2024.10.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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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 노벨상의 기적은 한강, 한강은 다시 흐른다(1)
우리 한국에 노벨상의 기적이 왔다. 그 주인공은 한국의 작가 한강이다. 김대중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쾌거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현지시간 10일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강은 1994년 서울신문(소설) 신춘문예로 치면 필자보다 29년이나 뒤에 등단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필자는 1965년 시부 등단이니까 거의 한 세대를 뒤따라 활동해온 후배가 세계의 무대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이는 분명 자랑스러운 일에 속한다.

자랑스러운 일에 속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오랜 문학분야에서의 노벨상 갈망의 현실에 비춰볼 때 막힌 물꼬가 트이고 밀채인 하수구가 쑥 트이는, 비로소 한국문학이 세계로 가는 대로가 열리게 되는 순간이다. 이는 기쁨이고 감격이다.

필자에게 노벨상은 일찍이 교양이고 한국적 성취의 기대감으로 문단생활에 표류하는 판옥선 같은 것으로 보였다. 대학 국문과에 다닐 때 ‘강의 시간에서 붙들리는, 바라보이는 판옥선’은 한때 앞선 일본문학과의 단순 비교 강의에서 짐작되었다. 일테면 일본의 경우는 문체나 정서적 흐름에서 우리보다 앞섰다는 것인데, 가와바다 야스나리에 비해 한국의 김동리 황순원, 서정주 등은 사상면으로는 앞서간다고 지적하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번역이 문제인데 우리나라의 번역은 말이 안되는 경지라는 것이다.

그 무렵 문학비평 시간에 조연현(현대문학 주간) 교수는 한국에서 번역능력은 초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당시 프랑스 문부성에서 우리나라 문교부로 공문을 보내 프랑스에서 지금까지의 능력을 따지지 않고 『세계문학전집』을 내고자 하는 바, 힌국 최고의 번역가를 동원해 한국 최고의 작가를 선정 번역해 주시면 참된 세계전집을 꾸밀 것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교수는 지금 막 문교부에서 선정된 작가에 대한 누구 누구의 최고 번역으로 프랑스에 보낸 후속 공문을 받았는데 한국에서 보낸 번역 작품은 ‘말 자체’가 안되는 불합격 번역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창피하고 창피하다는 것이다. 당시 번역은 현실적으로 이름 있는 대학의 이름 있는 교수가 번역을 했으니 절망적이라는 것이었다. 당시는 딱히 번역 전문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외국어학과 원로 교수가 최고 번역가로 인정되는 시기였다.

필자는 재학중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같은 학과 유우희 소설가(한국일보 신춘, 일찍 작고)와 한국문인협회 입회를 하고 내친 김에 국제펜 한국본부에 가서 신입 입회원서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펜클럽은 대학교수나 중진급 문인들이 입회하는 것인데, 하면서 무표정한 권위를 드러내던 사무처장이 육중한 의자를 돌리며 입회조건은 등단 10년, 저서 2권이라는 것이었다. 유우희와 필자는 기가 죽어서 돌아오며 나는 속으로 앞으로 입회하면 사무처장 의자부터 수선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유우희는 베트남전 관련 소설을 쓰고 나이 40에 저세상으로 갔다.

국제펜클럽은 런던에 본부가 있고 각국 지역펜은 노벨문학상 추천권이 있다는 데서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입회하고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필자는 대학교수가 된 뒤 국제펜 한국본부 부이사장으로 예의 젊은 시절 복마전으로 만난 그 본부에 진입했다. 임기중에 세르비아 세계펜대회 한국대표, 경주세계펜대회 한국 정대표로 참석했다. 기간중에 서울에 북한펜을 두게 되는 실적이 있었다. 임기중 세계펜 회장은 캐나다 존레스톤 소울이었는데 그는 노벨상에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 세계에서 죽어가는 약소국 언어들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졌고 펜 고유의 작가들 인권보호와 핍박받는 작가들에 일일이 관심을 가지고 구제를 위해 성명서 등으로 접근했다. 소울의 노벨상에 대한 인식은 노벨상을 여러 개 있는 상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다만 국제 펜대회의 주요 행사로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초대하고 강연을 시켰는데 특별히 반체제 작가로 노벨상을 받은 작가들을 우대했다.

필자는 요즘 머리맡에 한강 수상 소식이 톱으로 실린 K신문을 놓아두고 “노벨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작가 최초 쾌거” 그 아래 수상자 한강의 커다란 얼굴을 보며 그 미소와 그 반쯤 뜬 눈빛과 조용한 미소에 미소로 호응한다. 이 사진을 보며 필자는 대학생 이후 지금껏 오랜 문인으로서의 콤플렉스를 털어내고 있다. 느닷없이 삼일절 노래를 환청으로 듣는다. “한강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그렇다. 한강은 기적으로 흐르고, 문학의 물결로 다시 흐른다. 이로써 한국의 문학은 흐르는 물에 흐르며 세례의식을 치르는 것일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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