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재 남부취재본부장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원석이 가치 있게 여겨지는 것도 보석으로의 가공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은 쓰임이 있고, 쓰임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귀하고 드물수록 가치는 올라가지만 값은 또 다르다. 값은 쓰임의 영역이다. 값과 가치는 같은 듯 다른 듯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하며 인간의 영역을 끌어들인다. 세계적 명품은 가격이 없고 다만 값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귀히 여겨지고 천하게 여겨짐이 값과 가치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한 결과치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에 나가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때가 처음 내리는 공항이나 번화가 곳곳에서 삼성과 현대 같은 기업 로고를 볼 때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이름값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의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이라고 했다. 우리 주위를 둘러 봐도 이름값은 엄청나다. 아이돌이나 유명선수, 연예인은 물론이고 입소문탄 무슨 맛 집과 명소 등이 그러하다.
이런 현상은 지방자치 이후 도시 홍보에도 활용된다. 대부분 축제를 통해 도시를 부각한다. 고성군은 공룡을 활용한 고성공룡세계엑스포로 도시 이미지를 대외에 알렸다. ‘공룡 축제’로 출발해 엑스포로 규모를 키우다가 최근에는 매년 개최하는 고성군 대표행사로 자리매김해 가는 형국이다.
3~4년 개최에서 연례행사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공룡엑스포의 올해 행사가 마무리를 향해 치닫고 있다. 손익 대비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하다는 것이 주최 측의 견해다.
이런 고성군이 또 다른 방향에서 도시 운명을 걸고 추진하는 분야가 있다. 체육이다.
몇 년 전 고성군은 체육의 도시를 천명하고, 전국단위(도) 대회 유치에 들어가 100여개 대회를 개최하는 엄청난 성과를 보였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코로나19로 대규모 행사를 꺼리던 시절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폄훼할 수 없는 엄청난 성과다. 이에 더해 이상근 군수는 취임 일성으로 스포츠산업의 도시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고성에서 열리는 많은 대회의 옥석을 가리고 가려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는 대회로 압축해 가겠다는 발언이 곧 뒤따라 나왔다. 고성군이 지향하는 스포츠산업의 도시는 복합 관광과 연계된 체류형 MICE 산업으로 구현될 것으로 점쳐진다. 마이스는 부가가치가 큰 복합 전시 산업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 관광 또는 인센티브 여행(incentive tour, incentive travel, 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4개 비즈니스 분야를 지칭한다. 내년 3월 정상운영에 들어가는 고성유스호스텔이 일부 기능을 수행할 수는 있겠지만 모두를 감당하기에는 역 부족으로 보인다. 이만하면 됐지라고 선 그으면 거기가 한계가 된다. 인프라 확충에 더 많은 고민과 신박한 계획이 뒷받침 됐으면 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완성된 곡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생명력을 갖는다고 한다. 씨앗이 환경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발아(發芽)하는 것처럼 음악도 세상에서 살아 움직일 때가 있다는 소리다. 우린 안다. 설운도가 부르고 잊혀져가던 ‘보랏빛 엽서’가 임영웅을 맞나 역주행한 것이 그렇고, 지금 온 세상을 휘젓고 있는 로제의 ‘APT’가 윤수일의 ‘아파트’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은 것이 또 그렇다.
고성군이 수천 년, 아니 수 만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공룡을 불러내고, 인구 5만에 불과한 지방 소도시가 체육의 도시를 넘어 스포츠 산업의 도시를 천명한 이유를 여기서 찾았으면 한다. 5만 군민의 염원을 오롯이 담아내고, 정치를 덜어낸 진정성으로 공들여 걸어온 여기까지의 여정이 커다란 결실을 맺을 때까지 더 노력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