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진정성' 있는 국회의원을 기대하며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2012-04-09 경남일보
일반적으로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을 생각하면서 국회의원에게, 특히 제19대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소통능력, 전문성, 추진력, 합리성, 공정성, 책임감, 청렴, 봉사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학의 경영을 맡은 총장의 위치에서 생각하는 것을 두세 가지로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다. 인구의 48%, 공공기관의 85%, 100대 기업 본사 91%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초과밀상태를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현재에도 혁신도시 건설 등 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혁신도시가 건설되는 것만으로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이 완료됐다고 볼 수는 없다. 국회의원이라면 지속적인 제도개선과 예산의 뒷받침 등으로 혁신도시가 성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각 지역의 혁신도시가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그에 따라 각 지방이 균형발전하면 지방대학도 자연스럽게 상생(相生)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지방대학 출신들이 자기 지역에 위치한 좋은 기업에 당당히 취업할 수 있는, 지방대학의 밝은 미래를 이번에 선출되는 국회의원들의 정책 폴더에서 찾아보고 싶다.
다음으로 필요한 덕목은 ‘고등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라고 본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더구나 남북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광복 이후 짧은 기간 안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정도로 발전을 이룩한 것은 교육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6%로서 OECD 회원국 평균 1.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산편성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면 이 점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고등교육 예산의 대폭적인 확대에 적극 나서야만 한다. 교육에 투입하는 예산은 10년 후, 20년 후 거목으로 성장할 어린 나무에 거름을 주고 햇볕을 쬐어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교육에 투입한 예산은 과학으로 빛나고 문화예술로 꽃피며 외교로 두터워지고 국방으로 튼튼해져 우리에게 반드시 되돌아온다. 굳이 비유하자면 교육은 국가발전의 줄기세포인 셈이다.
국가 균형발전과 고등교육 예산확대 같은 정책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데 가장 밑바탕이 돼야 할 덕목 중의 덕목은 ‘진정성’이어야 한다고 본다.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예산을 편성할 때나 국가 균형발전 정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자신의 정치기반인 지역구에 더 많은 예산을 주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내 지역구 챙기기’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위한 것이라는 진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다른 정당이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진정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국회의원 스스로 국민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일엽편주(一葉片舟)라는 인식에서 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진정성을 갖고 의정활동을 하면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뒤따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소환’을 당하거나 다음 선거를 기약할 수 없게 된다는 믿음과 두려움을 늘 간직한 정치활동에서 국민들은 진정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4월 11일, 우리나라 국민들은 열아홉 번째로 국회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선거과정에서 터져나오는 온갖 부정적인 요소와 선거 이후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의혹들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후보자 또는 선거운동원으로 지목되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 유권자인 일반 국민들이 연관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국가와 민족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일할 지도자는 역시 ‘진정성 있는’ 국민들이 선출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