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신비
이수기 (논설고문)
2012-04-13 경남일보
▶따뜻한 햇살이 포근하게 내리쬐는 일요일 오후, 무시로 올랐던 뒷동산을 다시 찾았다. 봄을 맞을 때마다 꽃샘바람의 시샘은 늘 있어 왔지만 올해는 심했다. 때때로 휘돌아치는 황사바람과 함께 아침·저녁 기온차는 으레 거쳐 가는 과정이려니 여겨온 터이다. 그러면서도 총선으로 인해 온 나라가 지독한 봄 앓이를 하고 있는 현상에 새삼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부지런한 몇몇은 잎눈을 틔우고 꽃망울을 터트리기에 이제 정령 봄인가보다 마음 놓았다가 불쑥 엉겨드는 찬바람에 기겁을 했다. 걸치고 있던 옷 한 겹을 걷어내자마자 감기가 달라붙는다. 쿨럭쿨럭 노인 같은 기침소리를 내며 다시 내복을 껴입고 4월 중순을 걷고 있다.
▶담장에 기대어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봄의 전령(傳令) 개나리나무 나뭇가지 마디마디에 돋아난 샛노란 개나리꽃이 들려주는 봄의 소리를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먼 산 그늘진 곳의 잔설(殘雪)이 녹고 얼었던 땅이 풀려 어둠을 뚫고 대지에 솟아난 새싹이 해맑은 얼굴을 드러낸다. 안쓰럽기도 하지만 반갑고 고맙다. 뒤따라 꽃이 피면 봄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변함없이 닥치는 자연의 순환이지만 봄이라는 계절만큼 거대하고 신비로운 변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