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고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2012-05-01     경남일보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은 그 한기를 봄까지 이어내리더니 늦게 온 봄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올 봄은 유난히 늦게 왔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설중매가 줄잡아 열흘이나 늦게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벚꽃은 일주일 이상 찬바람을 안고 봄나들이에 성화가 난 상춘객을 안타깝게 애태웠다.

▶옛날 선비들은 자연을 글방에 모아놓고 일년 내내 즐겼다. 봄이면 서리 속의 설중매를, 여름이면 난초를, 가을이면 국화를, 겨울이면 대나무를 완상했다. 선비들이 이 문방사우를 즐기는 데는 나름대로 마음을 쏟을 만한 건더기가 있었다. 봄의 전령사인 매화는 재질 자체가 강건하기 비길 데 없는 나무다. 차라리 꺾일지언정 굽힘이 없는 나무가 매화다.

▶난초는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아무리 혹독한 가뭄에도, 아무리 가혹한 추위에도 살아남는다. 뿌리가 마르고 얼어 잎이 시든 영악한 환경을 참고 견디다가 실낱 같은 봄비가 내리면 드디어 꽃을 피워 내는데 그 향기가 골짜기를 한가득 채운다. 국화는 여름 내내 여린 잎을 벋어 태양을 받아내다가 찬 서리가 내려서야 꽃을 피우는데 선비에게 국화 향기 없는 가을은 의미가 없다. 대는 겨울의 대명사다. 오죽했으면 소동파가 대 없는 정원을 고기 없는 식단에다 비유했겠는가.

▶화담재 마당가에 모란이 한가득 피었다. 두견새가 끊임없이 울어대던 밤을 새운 아침 정원엔 철쭉꽃도 만발하였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꽃이 철쭉이라면 탐스럽기 비길 데 없는 꽃이 모란이다. 밤새 오므렸던 꽃잎을 햇살과 더불어 활짝 펼쳐낸다. 이제 4월이 가고 나면 창가로 밀려들던 저 모란 향기는 사라지고 신록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찬란한 4월의 봄은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