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2-05-03     경남일보
5월이 왔다. 만물이 싱그럽다. 산과 들은 초록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신록의 계절이다. 한바탕 꽃대궐을 이루었던 나무와 들풀들은 저마다 열매를 달고는 대지의 자양분을 한껏 빨아올리고 있다. 새들도 희망을 노래한다. 모든 것이 살아 꿈틀거린다. 그래서인가. 여류시인 노천명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다.

▶5월 예찬은 끝이 없다. 소설가 정비석은 ‘청춘산맥’에서 5월을 사랑과 희망의 계절이라고 찬미했다. “5월! 푸른 하늘만 우러러보아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계절이다?/…/5월에 부르는 노래는 그것이 아무리 슬픈 노래라도 사랑과 희망의 노래가 아니어선 안된다”고 읊었다. 석학 이어령은 수필 ‘차 한잔의 사상’에서 권태로운 사랑 속에서도, 가난하고 담담한 살림 속에서도 우유와 같은 맑은 5월을 호흡하는 사람들은 건강한 희열을 맛본다고 했다

▶5월 예찬은 계속 이어진다. “밀이며 보리사이/딸기며 가시나무 사이/나무숲이며 풀넝쿨 사이/걸어가는 사랑하는 사람의/가는 곳은 어딜까?”(괴테/5월의 노래) “온갖 싹이 돋아나는/아름다운 시절 5월에/내 가슴속에서도/사랑은 눈을 떴소. 온갖 새가 노래하는/사랑하는 시절 오월에” (하이네/아름다운 시절 오월에). 어느 오월 밤의 매력(노아이유), 오월의 달(다우텐다이), 오월이었다(타고르) 등등 오월 찬미는 끝이 없다.

▶5월은 사랑의 계절이다. 희망의 계절이다. 꿈의 계절이다. 그러나 우리의 계절은 5월답지 않다. 온갖 근심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하지만 그래도 이 계절에 희망을 심자. 사랑을 배우고 실천해 보자. 꿈을 가꾸자. 그래서 오월이 계절의 여왕인 것을 같이 누려 보자.  5월이 가정의 달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