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의 비밀을 알면서 즐기자
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농학박사)
2012-05-11 경남일보
우리나라에서는 약 2600년 전부터 청동기나 철기를 제작할 때 높은 온도를 내기 위해 숯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숯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숯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유사 기이 제1 탈해왕에는 탈해가 어렸을 때 호공의 집을 빼앗기 위해 속임수로 몰래 숫돌과 숯을 묻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삼국사기 권 11 신라본기 헌강왕 6년에는 당시 경주의 민가에서 밥을 짓는데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숯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숯을 국가에서 직접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세종 대에 종 8품의 관리인 장식(掌食)을 둬 숯을 관리·감독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다. 숯의 일차적인 용도는 화기로 한약을 달이거나 음식을 조리하거나 옷을 다림질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숯이 민간에서 활용된 것은 이러한 기본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나 집안은 물론 개인에게 다가오는 액을 물리치거나 사악한 것을 제거해 주는 제액과 벽사 기능으로도 사용됐다. 마을 어귀의 당산나무나 서낭당에는 물론 대문에도 숯이 달린 금줄을 둘렀으며, 소나 돼지 등 가축이 태어났을 경우에도 숯을 단 금줄로 신성 공간임을 표시했다. 이렇게 사용된 숯은 숯이 갖고 있는 통기성을 민간신앙에 접목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숯은 어떻게 생산되는 것일까. 숯은 열에 의해 발생된 가스(열기)로 나무를 굽는데, 이때 수많은 미세한 구멍들이 생긴다. 이 구멍들은 자신의 빈 공간을 채우려고 강한 흡착력을 발휘하는데 이는 해로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독소 등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숯은 굽는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가 생산된다. 백탄은 1000℃ 이상에서 탄화한 것으로 냉각시킬 때 재를 덮어두어 나무탄화로 생긴 많은 회분이 하얀 가루로 숯 속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비장탄은 백탄의 대표적인 숯으로 원적외선 방사로 요리용에 많이 사용한다. 검탄은 가마 안의 공기를 차단시켜 천천히 식힌 숯으로 400℃ 정도의 저온에서 구워낸 숯을 말하며 흑색을 띠고 있고 부드럽다. 따라서 불이 잘 붙고 잘 꺼지지 않으므로 금속의 정련 등을 위해 대장간에서 많이 쓰인다. 활성탄은 숯이 가지고 있는 기공과 면적을 더욱 많게 하기 위해 백탄을 굽는 정련과정을 한두 차례 반복해 숯의 기능을 한층 강화시킨 숯을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숯이 가진 다양한 기능으로는 먼저 방부효과이다. 중국 창사시에서 발견된 약 2100년이나 지난 마왕퇴고분에서 발굴된 유체가 사후 4일밖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는 것은 약 5t의 숯이 여인의 관을 둘러싸고 있어 숯의 방부효과가 얼마나 컸는가를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여과효과이다. 특히 음이온 발생효과 및 유해 전자파 방사선 차단효과로써 숯 자체에서 발생되는 음이온은 산소가 풍부해 공기를 맑게 한다. 숯이 되면 전기특성을 띠어 실내공간에 방출된 전자파는 숯의 내부로 흡수, 전자파가 소멸된다. 끝으로 숯은 미네랄의 보고 창고이다. 나무속에는 중량비로 보아 3 ~ 0.6% 정도 미네랄이 함유돼 있다. 숯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미네랄 성분이 농축돼 회분으로 숯 속에 남는다. 이러한 미네랄은 친수성이 높고 물에 녹기 쉬워 체내 흡수성이 높다. 이와 같이 오늘날 숯이 가진 신비의 기능 때문에 우리 생활에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의 숯의 활용지혜와 기본적인 효능 및 다양한 쓰임새를 알고서 숯가마 찜질을 이용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