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메르켈, 위기의 유럽 구할까

2012-05-15     연합뉴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15일(현지시간) 회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두 정상은 유로존 위기 해법으로 핵심 국가들이 추진해 온 긴축 정책에 대해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 해법을 도출하느냐에 따라 유럽 경제안정의 향방이 걸려 있는 탓이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유로존 긴축 정책을 주도했던 메르켈 총리는긴축 외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올랑드 당선자는 긴축보다는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올랑드 당선자는 15일 취임식을 마친 뒤 곧바로 독일 베를린으로 이동,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유럽연합(EU)의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의 갈등과 시각차는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게 없어 한시라도 빨리 타협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벌써부터 '긴축 대(對) 성장'의 대결장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올랑드는 대선 유세과정에서 유럽의 재정 적자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3%내로 줄이기로 한 '신재정협약'을 재협상하고, 무조건적인 긴축보다 성장을 통해 부채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투자은행(EIB)에 대해 수요 자극을 위해 한층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빚을 줄이지 않고서는 견고한 성장을 할 수 없다면서 '신재정협약'은 결코 재협상 대상이 아니고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뿌리는 데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들이 절충점을 찾는다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겠지만, 의견차만 확인할 경우 또다시 시장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14일 열리는 EU 재무장관 회의는 양국 정상회담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양 지도자측 모두 이번 회담에 대해 "지금까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지도자 간 상견례 성격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실무 만찬에서는 신재정협약 재협상에 대한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그러나 올랑드측 대선 인수위원장인 피에르 모스코비치는 "성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럽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우리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두 정상이 적절한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뤄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 입장에서도 마냥 긴축만 고집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에서진보인 사회당의 올랑드가 승리했고, 지난주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좌파정당들이 의석 수를 늘렸고, 권력이 분산되면서 그 어떤 정당도 연방정부를 구성하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

그리스 대통령이 각 정당에 연방정부 구성을 촉구할 예정인데, 시한인 17일 이전에 좌파 정당 중심으로 연방정부가 구성될 경우 시장에 그리스 부도 우려를 키울 수 있다.

게다가 앙겔라의 기독교민주당(기민당)도 지난 6일 지방선거에 이어 최근 최대 선거구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올랑드측 대변인 스테팡 세베르는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결정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회담후 식사를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은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랑드는 이번주 워싱턴 인근 캠프데이비드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난 뒤, 오는 20-21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본격적인 국정 운영과 외교 무대에 나선다.

여기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프랑스군 조기 철수 문제가 주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랑드는 아프간에 파병된 프랑스군 3300명을 올해 말까지 전원 철수시키는 방안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나토가 2014년까지 아프간 정부에 치안권을 이양하고 단계적으로 파병군을철수하겠다고 한 계획보다 2년이나 빠른 것으로 11월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