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 사진 속 추억

사진집 '한씨네 삼남매-세상의 아이들'

2012-05-21     연합뉴스
▲사진설명=아빠와 딸. 전남 광주. 1964
1960~70년대. 그 시절은 누구에게나 가난했던 삶의 단편들이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다소 후진적인, 그러나 역동성만큼은 충만했던 때였다. 그래서 마음의 깊은 끝을 건드리는 묘한 힘이 있는 시절이었다.

그런 빛바랜 삶의 단편들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집 '한씨네 삼남매-그리고 세상의 아이들'이 최근 출간됐다.

사진은 아마추어 작가인 한치규(83) 씨의 손끝에서 나왔다. 한 씨는 평생을 군인으로 지낸 무관 출신이다. 함경북도 정평에서 태어나 1·4 후퇴 때 남하, 장교로 군복무를 시작한 뒤 보안사 기조처장을 끝으로 30여 년간의 군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군 재직 당시 독학으로 사진공부를 했다. 이후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동아일보사진동우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전문가 못잖은 실력을 갖췄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 사진집은 실향민의 외로움을 삼남매에 투영한 가족 사랑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 속에는 궁핍하고 촌스러운 시대 풍광도 그대로 녹아있다.

사진집은 1부 한씨네 삼남매, 2부 세상의 아이들로 구성돼 있다. 한씨네 삼남매가 아버지가 기록한 가족의 역사라면 세상의 아이들은 순진함과 익살로 채워진 추억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주변 건물이라곤 한 채도 없는 마포 철길,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어린 번데기장수, 홀트 씨 고아원의 아이들, 한강변에서 땔감을 구해 머리로 이고 가는 소녀 등이 수백 장의 흑백사진에 남아있다.

둘째딸 한승원 씨는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남긴 소중한 사진 덕분에 추억의 열차를 타고 우리가 자랐던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났다"며 "가난했지만 행복한 나날이었고, 그 모든 것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눈빛출판사.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