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학문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2012-05-24     경남일보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질문한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학교에 남아 학문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그가 처할 외적 상황은 어떤가?’ 베버의 답은 두 가지다. ‘그러한 길의 시작에는 정치적 혹은 권력의 영향 아래 놓일 수 있고, 그 과정에는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평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베버는 학문에 필요한 내적 요인으로 ‘학문에 자기 영혼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생각에 깊이 빠져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예 학문을 단념하라’고 주문한다. ‘소명’과 ‘열정’이 학문에 있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수가 지나치는 사소한 문제에 끊임없이 몰두하는 노력, 그리고 ‘거친 요행의 세계’에 뛰어드는 행위는 소명의식과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대학이 직업 양성소로 변하고 갈수록 척박하고 삭막한 언행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막스 베버가 지적한 ‘소명’과 ‘열정’은 미지의 세계에 도전할 젊은이들이 삭혀 둘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만사의 길에 변하지 아니하는 하나의 이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20세기 최대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인생 말년시기 뮌헨대에서 행한 강연 원고다.이 강연의 화두는 단순히 ‘학문’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현대사회와 인간 삶 과정에 담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 자신의 천직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세상 흐름에 휘몰리는 것이 오늘의 세태다. 그런데 ‘자신의 천직만을 위해 살 뿐’이라는 한 젊은이의 말에는 그 숙성도와 신선도가 넘치고 있다. 끈덕진 자신만의 삶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가능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