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2012-05-25     경남일보
흰옷을 즐겨 입던

초등학교 짝 순이

십리 길 학교 가다가

길가에 퍼질러 앉아

사귀자던 말에 가시 같은 향내 풍기던

-김종찬, <찔레꽃>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느낌이다. 예전 시골 초등학교는 예사로 십리 길이 넘었다. 초등학생들은 십리 정도는 그냥 걸어 다녔다. 자율성이 강하니 자의식도 지금의 아이들보다 앞섰을 터. 어리지만 찔레꽃 같이 제법 소녀티가 났을 짝 ‘순이’가 그리워지기도 하겠다. 오늘의 우리는 흙을 밟고 다닐 기회도 없다. 사람의 근원인 흙을 잃어버린 세대는 순수 서정도 잃어버린 것이다.

/이상옥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