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우골탑·등골탑

이수기 (논설고문)

2012-06-07     경남일보
한때 대학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상아탑(象牙塔), 우골탑(牛骨塔)’으로 비유했다. 요즘은 ‘등골탑(?骨塔)’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상아탑’은 현실 세계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학문이나 예술에만 전념하는 학구적인 태도를 이르는 말로 사용됐다. 19세기 최고의 비평가로 꼽히는 프랑스 평론가 생트 뵈브(Sainte Beuve)가 세속적인 생활에 관심을 두지 않고, 고고한 예술지상주의 태도를 보인 프랑스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알프레드 드 비니(Alfred de Vigny)를 비평할 때 사용한 말에서 비롯됐다 한다.

▶‘우골탑’은 가난한 농가에서 재산목록 1호로 여겼던 소 판돈으로 마련한 대학등록금으로 세운 대학 건물을 상징했다. 대학을 ‘비속(卑俗)’하게 이르는 말로 사용된 것이다. 부모들은 집안의 모든 것을 희생, 자녀 교육에 투자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고 있다.

▶그 당시는 소 1마리를 판돈으로 자식을 대학에 보낸다 하여 대학을 ‘우골탑’ 이라 부른 적도 있었다. 요즘은 1년 등록금이 1000만 원을 육박하는 학과도 있어, 소 1마리 판돈으로는 명함도 꺼내기 어려울 정도이다. 현재는 소 2마리 이상을 팔아야 겨우 1년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다.

▶대학을 ‘등골탑, 인골탑(人骨塔)’ 등으로도 지칭한다. ‘등골탑’은 대학등록금이 너무 올라 부담도 커지면서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부모 등골이 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골탑’이라는 격한 말로도 회자된다. 대학을 졸업해도 태반이 실업자 아니면 겨우 얻는 직장도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믿음이 깨어졌고, 교육의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이 구조적으로 심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