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주인의 차이

정문효 (경영지도사, 중기청자문위원)

2012-07-02     경남일보
기업진단이나 경영지도 업무 수행 차 공장을 방문하여 사업주를 면담하다보면 사업주는 3가지 종류가 있는데 주인 타입, 왕 타입, 일반인 타입이라고 나름 분류해 본다.

자기사업체의 내부역량과 관련 산업의 동향을 파악하고 내부역량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사업의 위협, 기회요인에 대처할 전략을 수립하고 잘 실행해 가는 사람은 주인형 사업주이다. 기업은 내부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집단이 망하면 같이 망할 수밖에 없는데 주인형 사업주는 그런 경우조차도 대비한다.

반면 거래처나 정부의 지원 기관에 대해 비판과 여기저기에 불만만 가득한 사업주는 왕 타입 사업주이며 주위를 살피지도 않고 그저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하는 타입은 일반형 사업주이다.

이 세 가지 부류 중에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타입은 당연히 주인형이고, 실패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것은 왕 타입 사업주인데, 불행히도 이 세상은 비판과 불만만 가득한 왕들로 넘쳐난다. 이들은 끝없이 요구하고 1표 뿐인 투표권을 가지고도 주변 정치인의 당락을 자기가 좌우하는 듯이 행세할 정도로 생색내기를 좋아하며, 패당을 지어 몰려다니면서 마케팅의 주요 표적이 되고 지갑은 쉽게 열린다. 그리니 고객으로는 좋은 상대이나 더불어 사귈만한 가치는 없는 부류이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을 이끌고 나가는 그룹은 주인의식이 투철한 사람들이다.

부처님은 이 세상에 오시자마자 “온 천지를 통틀어 보아도 나의 유일한 주인은 나 자신 뿐이로다(天上天下唯我獨尊)”라고 설파하셨다 하고, 예수님은 당신을 십자가에 처형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주(主)여 !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하며 이 세상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주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한다.

또, 한국불교 조계종의 전신인 임제종의 개파조사 임제 의현 선사의 법문에서는 ‘천지간에 스스로 주인 되니 진리가 아닌 것이 없도다!(隨處作主 立處皆眞)’라고 하여 투철한 주인의식이 공부와 일에 있어서 성공의 열쇠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 크게는 이 사회와 국가, 작게는 내 주변이나 지역사회에 대하여 내가 가지는 불만이나 비판 혹은 요구가 주인으로서 하는 것인지 무책임한 왕으로서 하는 것인지 잘 판단해서 할 필요가 있다. 사업이나 공부나 성패의 이치는 같은 것이다.

정문효/경영지도사·중기청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