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신기한 나라

이수기 (논설고문)

2012-07-06     경남일보
대한민국은 곧 망할 나라인 듯 위기가 많았지만 반만년의 역사가 이어져 온 나라다. 거대한 외세의 바람 앞에 꺼질 듯 하면서도 꺼지지 않는 촛불과도 같은 나라다. 식민통치에서 벗어나자마자 6·25전쟁이 터져 남북이 갈라진 것도 부족해서 동서로 다시 나누어진 나라다. 현재는 동족에 총을 겨눴던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중국이 항모를 앞세워 해양제패를 노리고, 식민수탈했던 일본이 작은 섬 독도조차 탈취하려 한다. 또 남·북, 동·서로 갈라진 것도 부족해서 급진과 온건으로 나누어졌고, 노사 갈등도 심하고,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이혼율과 자살이 급증하는 나라다.

▶땅도 작고, 인구도 적고, 자원이 없어서 지난 70년대 이전까지 만도 가난하게 살았다. 4대 강대국을 비롯한 거대한 나라 사이에 항상 짓눌려 스스로 사대주의자가 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 대륙과 해양으로부터 931회나 침략을 받아서 곧 망할 나라였고, 근대에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곧 망할 나라 같았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어 세계가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지구상에서 어떻게 이런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으며 어떤 나라도 따라 올 수도 없다. 지구상에서 기적이 된 나라이지만 그간 국민들이 잠 안자고, 안 먹고, 안 쓰고, 죽자 살자 일한 것을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1인당 소득 2만 달러-인구 5000만 명 이상, 이른바 ‘20-50클럽’에 세계7번째로 이름이 올리게 됐다. ‘20-50클럽’은 적정 인구를 유지하면서 국가의 부를 늘린 강대국의 상징으로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6개국뿐이다. 대한민국도 강대국의 반열에 서는 것으로 ‘20-50클럽’ 가입은 1996년 영국 이후 세계에서 처음 나온 사례다. 하나 낙관할 수만 없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저출산ㆍ고령화의 덫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참으로 신기한 나라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