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연꽃이 피었습니다

2012-07-13     경남일보

핀 새도 없이

참 조용하게도

그 계집애

담 너머 웃음 같이도

-나석중 <어리연꽃이 피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야단스럽게 드러내지도 않고, 참 조용하게 예쁜 자태의 어리연꽃이 피었다. 담 너머 그 계집애의 웃음 같다. 무엇을 유혹하려는 꽃, 웃음이 아니다. 그냥 무위자연으로 핀 어리연꽃. 디카시가 그렇다. 억지로 짜내어 쓴 시가 아닌, 자연 혹은 사물의 말을 받아쓰듯 하는 무위자연의 언술, 이 디카시가 그렇지 않은가.

/이상옥(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