迎日大君의 權不五年 몰락

이수기 (논설고문)

2012-07-13     경남일보
이명박 대통령(MB)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불법자금 7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현직 대통령의 형으로서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MB정권의 최고 실세 중의 실세인 ‘상왕(上王)’, 보이지 않는 권력, 권력 위의 권력으로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을 통하면 이뤄진다)’이란 말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실세들이 감옥으로 직행하는 것이 5년마다 배역(配役)만 달리해 되풀이돼온 대통령 일가의 부패 연속극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은 냉소적이다. 대통령 가족·측근 범죄는 나라의 치욕이다.

▶역대 대통령의 정권말기에 연례행사처럼 이른바 대군(大君)들의 후진국형의 비리사건이 5년 만에 또 이어졌다. ‘영일대군(迎日大君)’은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을 능가할 정도의 영향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원외교를 주도하자 ‘형님외교’, 지역구인 포항에서의 각종 사업에 국가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책정되자 ‘형님예산’ 이라는 새로운 시사용어까지 생겨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 기환의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권 박탈, 동생 경환의 새마을 회장시절 공금 70억 횡령, 노태우 대통령시절 황태자로 군림했던 사촌처남 박철언 전 의원의 슬럿머신 사건비리, 김영삼 전 대통령시절 아들인 현철의 비리, 김대중 대통령시절 세 아들, 이른바 ‘홍삼트리오’의 비리, 노무현 대통령시절 형 건평의 비리,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는 계속 이어졌다.

▶거론된 비리 사건은 한두 가지가 아니며, 실세란 말이 빈말이 아닌 듯하다. 18대 총선 때 65세 이상의 공천 배제를 무시, 특혜 공천 때 불행은 예상됐다. 조선 태종의 맏아들인 양녕대군은 동생인 충녕대군(세종)에게 권좌를 양보하고 유유자적한 생을 영위한 대군처럼 했더라면 ‘영일대군’의 권불오년(權不五年)’ 몰락은 없었을 것이다. 과연 대선자금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지 주목된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