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대화

유여려 (결혼여성이민자)

2012-07-17     경남일보
6월말 칠원지역아동센터에서 다문화가정을 초청해 한국음식을 같이 만들어 보았다. 아이들이 소풍 가거나 나들이할 때 김밥은 필수음식이라 여겨 맛있는 참치김밥을 선보였다. 물론 큰 호응을 얻었다. 참치김밥은 고사하고 그냥 김밥조차 만들어본 적이 없는 주부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철 보양식의 하나인 닭도리탕도 인기를 끌었다.

이 나라에 갓 시집온 며느리들은 한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뿐아니라 요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식(韓食)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만들수 있을까.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행정기관에서 가르쳐 주지만 주변지역에서 이용하는데 그쳐 피부에 와닿는데는 한계가 있다. 베트남 외숙모는 한국에서 지낸지 1년이나 지났으나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집에서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 드신다. 외국에 살면서 음식이 안 맞으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중국음식은 느끼하다는 평가를 주변에서 많이 한다. 남편은 처가의 음식이 식성에 맞지 않아 중국에 갈 때마다 혼이 난다. 한국의 식탁에는 된장국 등 국물이 늘상 나오지만 중국에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여행가방을 쌀 때마다 김치와 고추장 그리고 김을 반드시 챙긴다. 그리고 국물이 그리울 때면 라면을 끓여 먹는다.

필자는 한국음식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다 좋아한다. 음식솜씨가 좋아졌다는 얘기라도 들으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그러나 숙련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남자들이 주방에 들어오는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주로 요리를 한다. 처음에는 이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타국에서 언어생활 불편 등 소통부재로 요리를 배우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한국음식 만드는 법을 차근차근하게 일러주는 지인들 덕분에 요리실력이 늘게 된다. 결혼해서 첫 밥상을 차렸을 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된장찌개를 끓였는데 쓴맛이 묻어났지만 다들 격려차원에서 꾹 참고 먹은 것 같다. 이후 아동센터에서 음식을 만드는 뒷바라지를 하며 일년간 일한 적이 있고, 교회에 다니면서 부엌에서 배워보기도 했다. 식당에 갈 때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주인에게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고, 음식을 잘하는 언니들한테 질문도 곧잘 했다.

장마철 입맛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다. 그저께 양파·오이·깻잎 장아지를 만들어서 시댁 냉장고를 가득 채워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는 대견하다며 칭찬해 주셨다. ‘6시 내고향’이나 ‘맛있는 밥상’ 프로그램을 보며 이런 맛있는 음식을 진짜 배워서 가족들한테 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왕 한 끼 먹는 밥, 맛도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천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속담처럼 훗날 음식솜씨로 우리 자식들이 자주 찾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가족들이 음식을 나누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는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음식은 소통의 좋은 도구다.

/유여려 (결혼여성이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