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시장

손영희 시인

2012-08-13     경남일보

바람의 코뚜레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광장의 블랙홀같은 어둑신한 시장골목

소처럼 거품을 물고

사내들이 달려든다

다리 굵고 튼실한 한 사내를 골라산다

부르튼 손마디로 고삐를 틀어쥔

오늘은 내가 그대의

일용할 양식이다

등골을 파고드는 허기가 생각난 듯

부르르 진저리치는 이방의 사내 몇

뒤꼭지 자꾸 켕기는지

어둠의 끈이 느슨하다



 ▲손영희 시인 프로필= 2003 매일신문 신춘문예

▲작품설명= 새벽이 조금씩 어둠을 거두어들일 때 쯤 ,하루치의 노동을 팔기 위해 장정들이 아침을 안간이 붙들고 있는 인력시장. 한 끼니의 양식을 해결한 선택받은 자의 등 뒤에 기약 없이 은혜를 기다리는 서운한 눈빛들이 가슴이 저리다, 순번이 없는 경쟁사회에서 연민은 사치일까. 혜량을 다 나눌 수 없는 현실이 아프다. (진주문협회장 주강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