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어디로 가오리까?

곽동민 기자

2012-08-16     곽동민

갈 곳을 잃은 대형 화물차들이 진주시내 도로변, 공영주차장, 주택가 이면도로까지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주지역에 영업용으로 등록된 화물차량은 1600여대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지역 내 화물차 주차시설은 8개 운수업체 조합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200여면 규모의 진주화물터미널이 유일하다.

얼마 전부터는 평거2지구 앞 도로가 왕복 8차선으로 확장되면서 이곳의 공영주차장이 사라지자 갈 곳을 잃은 화물차들이 인사동에 조성된 나불천 복개도로 주차장으로 몰려 들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곳은 관광버스 주차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곳이라 몇 달 뒤 유등축제를 비롯, 각종 축제가 시작될 때 주차장을 찾는 관광버스가 많아지면 더욱 혼잡해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불법주차를 하고 있는 화물차 운전자들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량 소유주나 운전자들이 불법주차라는 것을 알면서도 주택가 등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합법적으로 주차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생존권 사수를 외칠 만큼 먹고살기 팍팍한 화물차 운전자들의 입장에서는 주차비마저도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만났던 한 분은 “일주일에 서너번씩 화물을 싣고 서울을 왔다갔다 하며 한달을 꼬박 일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50만~200만원 남짓이다”며 “차량 유지비니 밥값이니 이래저래 빼고 나면 우리 네식구가 먹고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결국 불법주차를 하게 되는 대부분의 화물차 운전자들은 주차단속을 당하지만 않는다면 주차료는 아낄 수 있으니 이득인 셈이다.

나불천 복개도로 주차장에 가득찬 화물차를 취재하기 위해 나선 기자에게 한 시민은 이런 말을 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또 그러느냐. 그들도 당신이나 나처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데 자꾸 야단치지 마라.”

맞는 말이다. 불법주차된 화물차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서도, 불법인 줄 알면서도 주차비마저 아껴야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을 위해서도 진주시가 구상 중인 호탄동 종합교통센터 내 화물차 공영차고지 건설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또 그보다 먼저 대한민국 물류를 책임지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