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김낙필 시인

2012-09-10     경남일보

를 닮지 말거라 모습도 행동거지도 애비의 애환…

사랑까지도 닮지 마라 기우는 달 바라보는 꼴도 별빛

살라먹는 청승도 술잔 비우는 외로움도 닮지 마라

너는 너의 길을 가거라 애비의 반쪽 삶도 애비의 반쪽 자만도

절대 닮지 말거라 애비의 이름 석자마저도 기억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애비의 생이 그러하듯… 네가 보았듯이 쓰리고 저리지 않더냐 내가 내 애비를 꼭 닮아 이리 쓰리듯…

좇아 네가 나를 닮으면 슬픈 일이야…

아들아… 나를 제발 닮지 말거라

차라리 저 벌판을 달려가는 허허로운 바람이나 닮든지 차라리 말 못하는 허수아비를 닮거라

이미 날 닮아 버렸다면 또 다시 시리고 아픈 일이구나…



▲작품설명=절대 닮지 말거라, 손톱 하나도 닮지 말거라. 피 한 방울도 닮지 말거라, 숨소리 하나 닮지 말거라. 탁한 니코틴과 알콜에 젖어 허물어지든 애비의 흔적을 절대로 닮지 말거라. 더욱 에디푸스 컴플렉스가 심한 아들들이여, 세상의 많은 애비들을 용서하고, 이 한편의 시를 이해하시라, 그리고 너도 애비가 되거든  이 절규를 다시 되새김하지 말거라 그러나 아들들이여 우리도 한 때는 시퍼런 비린내의 시절이 있었음을 더욱 기억하시라.(진주문협 회장 주강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