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평생 스승

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2012-09-13     경남일보

한비자(韓非子)십과편(十過篇)에는 ‘지자막약부(知子莫若父)’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자식을 알아보는 데는 부모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잘 아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는 자기 자신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반 정도는 닮을 거니까요. 그래서 자신을 닮은 자식을 잘 아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많은 시간을 함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거의 대부분을 부모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 학습의 결과이든, 아니면 단순한 환경의 영향이든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때문에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는 관심입니다. 자녀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자녀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녀를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절반을 배우며 삽니다. 아니 인생의 대부분을 배우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목적을 물으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대답이 많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행복이 있겠지만, 옛날 선비들은 가장 큰 행복이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간직하고서 자기만의 발전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전수해 주는 것은 보람되고 기쁜 일입니다. 특히 가르치는 대상이 자신이 낳고 기른 자식일 경우는 더 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은 나중에 자녀들에게 무엇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습니까. 자녀들이 성장한 후 자신보다는 좀 더 편하고 즐겁게 삶을 살아가라는 뜻에서 재산을 물려주려고 애쓰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인생에 대한 원리를 배우고 연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자녀들의 마음가짐이나 행동양식 등을 연구하고 이해해야만 거기에 적절히 맞추거나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 예로 어릴 때는 무조건 보살펴야 하지만, 점차 성장해감에 따라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크게 위험하지 않을 정도의 울타리 안에서는 모험을 하게 해야 합니다.

가르쳐야 할 내용이 많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입니다. 부모의 기본역할은 가족을 부양하는 것과 자녀에 대한 사랑입니다.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만 가지면 다른 부차적인 것들은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모른다고 야단치지만 말고 모르는 원인이 아이 자신에게 있는지 부모에게 있는지를 살펴보고,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실패를 통해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우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삶의 많은 부분은 실패를 통해 더 발전하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