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택시

2012-09-14     경남일보

 

달팽이 택시가 시속 5m로 달리고 있습니다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구름이 휙휙 지나갑니다

영업시간은 풋고추 붉어지는 시간과 같습니다

네비게이션이 고장났는지 자꾸만 동네를 맴돕니다

택시에 탄 잠자리 한 마리 눈동자가 뱅뱅 돕니다

-김순진 <달팽이 택시>

 

시간의 흐름도 상대적이다. 달팽이는 사람이 두세 걸음이면 갈 시간을 한 시간을 달린다. 때로 타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간 중심으로, 아니 나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다가도 너 중심, 사물 중심으로 바꾸면 의미는 달라진다. 이 작품은 달팽이 같은 미물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세상이 달라 보이지 않는가.

/이상옥,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