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

허학수 (수필가, 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원장)

2012-09-21     경남일보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문화 아닌 것이 없다. 우리가 영위하는 의복, 음식, 주거 등 의식주가 바로 생활문화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0일 한국문화원연합회 창립 50주년을 맞는 기념식이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 이미 예상했지만 이번 행사의 목적은 지역마다 숨겨져 있는 소중한 향토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함은 물론 우리 고유의 아름답고 찬란한 전통문화를 전수 계승하는 데 있었다. 또한 전국의 지역문화원을 중심으로 향토문화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지역과 세대를 초월한 새 시대 새 문화의 정보공유와 교류확대로서 한국문화의 진수를 꽃피우자는 것이다,

알다시피 문화의 근간은 지역과 향토다. 다시 말하면 문화는 인간 개인이 주체가 되어 가정, 이웃, 마을과 지역사회로부터 국가사회로 조화롭게 전파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의 발전 없이는 인간으로서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없으며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

새삼스럽지만 문화는 인간의 행복과 직결된다. 세상만사에 전후의 순리가 있는 것처럼 심신이 공허하고 불안하면 뜻하지 않는 불행을 자초하게 된다. 이때 문화적 소산인 행복지수가 채워지면 번뇌와 허욕이 사라지고 내면의 세계는 충족감과 함께 정화되는 것이다.

진실로 향토문화는 자신을 비롯한 좁은 공간에서 넓은 공간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내 사는 고향, 내 지역사회의 마을 이름도 제대로 모르면서 타 도시 먼 나라를 동경하는 무리들, 향토문화에 까막눈이면서 국가문화에 박학한 체하는 현학의 자세가 안타깝고 가소롭다.

두말 없이 문화란 범상한 일상에서 스스로 터득한 인간의 지혜이며 정신활동의 소산이다.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목욕탕에 가면 목욕문화가 있고, 식당에 가면 음식문화가 있는 법이다. 백지에 먹물 몇 자 그려놓고 작가인 체하고, 도포자락 끌면서 서투른 운율에 절구 한편 음풍하고는 대단한 선비인 양하면 그는 진짜로 전통과 인습을 오인하는 가식과 위선일 뿐이다.

뒤돌아보면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지난 50년 발자취는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한국문화의 번영과 발전의 주체로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사회 구성원의 핵심 역할도 문화인이고, 국가 경영의 구심점도 우리 문화에 치중해야 한다.

건전한 문화는 올바른 심신에서 기인된다. 병역법상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국외 영주권 젊은이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자원입대하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병역특혜 받는 것을 제일 목표로 메달 걸친 국가대표선수가 있다면, 과연 그들은 정상적인 한국인이며 문화인의 두뇌일까?

아무튼 향토문화는 내 마을, 내 지역, 내 고향 문화이며 내 국토를 아우르는 국가문화의 자양분이다. 기우일지 몰라도 지방자치단체와 향토사회는 그 지방 특유의 지방문화영역에 투자와 지원을 꺼리거나 정책을 소홀히 하면 그 지역의 인간 삶은 피폐해지고 퇴보하기 마련이다.

허학수 (수필가, 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