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먼 '홍대 앞', '대학로'

신소진 (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2012-10-04     경남일보

“‘홍대 앞’과 ‘대학로’가 이곳엔 없다. 독자적인 문화도, 문화주체도 없다.” 지난주 문화사회학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지역 간 ‘문화 불평등’을 설명하며 했던 말이다. 교수님은 “시간이 지나고 사회·경제가 발전하면서 누릴 수 있는 문화는 풍성해졌지만, 지역 간 문화 불평등도 그만큼 심해졌다”라는 말도 덧붙였는데, 그 말이 그렇게 와 닿았다.

홍대 앞, 대학로. 이름만 들어도 연극과 거리공연 등을 비롯한 각종 문화공연이 펼쳐질 것만 같다. ‘문화의 거리’, 홍대 앞과 대학로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포털사이트에 ‘대학로 공연’을 검색하면 각양각색의 공연목록이 펼쳐지고, 대학로에는 연극이나 뮤지컬, 클래식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는 극장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공연예정에 올라와 있는 공연 외에도 특색 있는 여러 거리공연이 펼쳐져 ‘문화’를 더한다. 한마디로 문화가 풍부하고 다양하다.

반면 교육의 도시, 문화의 도시라 불리는 진주지역은 경남문화예술회관, 진주시민미디어센터. 문화공간이라고 부를 만한 장소도 손에 꼽을 정도라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나름 젊음이 넘치는 ‘대학가’라 할 수 있는 우리 대학 정·후문도 마찬가지다. 이는 단지 진주지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공연시설과 공연단체의 반 이상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공연장의 절반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에 비해 울산과 충북지역의 공연장 수는 각각 전체의 1%가 조금 넘어 지역 간 문화 불평등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문화공간이 있고 없고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등 국립예술단체 등의 상당수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다.

굳이 통계나 자료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지역 간 ‘문화 불평등’은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대부분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은 수도권에서 막을 올리며 유명 아이돌, 해외가수의 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클래식 장르는 수도권 소재 공연장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다고 한다. 지인 가운데 뮤지컬을 굉장히 좋아하는 이가 있는데 종종 서울까지 ‘원정’ 관람을 다녀오곤 한다. 늘 하는 말이 “공연은 만족스럽지만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고생스럽다”라는 것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 문화란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라 돈, 시간, 에너지를 들여서 원정식으로 가야 누릴 수 있는 것이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를 즐기는 것이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리다니.

물론 문화를 소비하는 ‘인구’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관객을 확보해야 하는 문화 생산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도 이해는 된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문화 생산자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설움을 겪기도 하니까. 이렇게 ‘수도권’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몰려들고, 울타리 밖은 생산자나 소비자나 서럽기만 하다.

‘홍대 앞’과 ‘대학로’로 대표되는 문화 집중현상 그리고 지역 간 문화 불평등. 혹자는 이를 두고 새로운 개념인 ‘문화자본의 빈부격차’라고 부른다. 문화자본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가지지 못한 자는 오늘도 서울행 티켓을 끊는다.

/신소진·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