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 된 소싸움 민속놀이

이수기 (논설고문)

2012-10-09     경남일보

지난 6일 진주시 판문동 진주소싸움장이 도박판으로 전락됐다는 보도다. 개천예술제와 남강유등축제 기간이라 많은 구경꾼이 운집한 가운데서도 공공연하게 도박행위를 하더라는 것이다. 모 방송의 카메라에 돈을 주고받는 모습이 잡힐 정도이고 보면 도박행위가 얼마나 적나라하게 전개됐을까 싶다. 그간 전국의 소싸움대회장마다 원정 도박꾼들이 돌아다니는 전문꾼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진주 소싸움장에서 상습적으로 내기 도박을 해온 원정 도박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진주경찰서는 지난 6일 오후 2시55분께 진주시 판문동 소싸움장에서 A(59·경북 상주)씨 등 3명의 원정 도박단을 적발했다. 이들은 소싸움장 내 관람석 아래에 숨어 경기를 보면서 승리가 예상되는 싸움소에 10만원씩의 판돈을 걸고 수차례에 걸쳐 내기도박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며 판돈 380만원은 모두 압수했다.

▶현재는 전문가가 싸움소를 별도로 사육하지만 원래는 소를 특별히 훈련시키지도 않았고 걸린 상품도 없었다. 오로지 마을의 위신과 기세를 놓고 한판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이젠 소싸움장의 도박판은 판을 키우기 위해 원정꾼들이 바람잡이 노릇도 한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현지인들이라는데 피해금액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소싸움 대회는 거의가 민속놀이 진흥 차원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지자체의 지원 아래 치러진다. 다시 말해 지자체가 도박판을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전국민속소싸움대회에 도박꾼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다각적인 차단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소싸움장에서 그동안 공공연한 도박판이 형성되자 차라리 복권처럼 ‘우권’을 발행하자는 방안도 검토됐었다. 도박판이 된 소싸움대회 민속놀이 맞나?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