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제, 국회의원 私兵 전락한 단체장·지방의원

2012-10-16     경남일보

기초단체장과 기초·광역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는 해묵은 과제이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나 국회의원들만 이런 지적에 귀를 닫고 있다. 항상 입으로는 국민을 앞세우지만 정당공천제 이야기만 나오면 안중에도 없다.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광역과 기초의원 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 공천제 폐지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최근 여야에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연말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가 정당공천제로 중앙정치의 오염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지역구도가 강해 특정정당이 지역에서 집행부와 의회를 싹쓸이하는 현상이 여전하다. 이런 구도에서 집행부와 의회 간의 건전한 비판과 감시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자치의 정당공천제가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자 전국 시민사회단체들도 끊임없이 폐지를 요구했지만 국회의원들의 외면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가지니 믿기 어려운 일들도 벌어졌다. 지방의회가 회기 중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내려올 때 휴회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곳도 있다. 얼굴 도장을 찍으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능력보다 국회의원들에게 잘 보여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 없이는 공천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공천 장사, 공천 헌금 비리' 등 각종 부작용과 후유증도 있었다. 총선 때는 지방의원과 단체장들이 '똘마니'가 되어 선거운동을 해주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은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지방의원들을 상하 관계로 묶어 놓은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천권을 사실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에게 밉보였다가는 선거 때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국회의원들의 ‘사병(私兵)으로 전락한 지방의원과 단체장들'에게 더 이상 정당공천의 족쇄를 채우지 말고 지방자치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공천권을 포기,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