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야권단일화 과정 극심한 진통

진통 끝 권영길 후보로 마무리…이병하 후보는 출마

2012-11-27     이홍구
26일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선 민주당 공민배 후보가 전격 후보를 사퇴하고 무소속 권영길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극심한 진통을 거듭한 야권단일화 논의가 일단 마무리됐다.

후보등록 마지막 날까지 엎치락뒤치락한 양 후보는 막판에 봉합 수순을 밟았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깊은 내상을 입었다. 게다가 아직까지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완전한 야권 단일화는 미완의 과제로 남겨두게 됐다.

이 후보는 일단 후보등록 후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양측의 갈등의 폭이 깊어 최종적인 단일화 작업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단일후보 합의 서약식=야권의 세 후보 가운데 민주당 공민배 후보와 무소속 권영길 후보는 지난 22일 낮 창원시내에서 만나 단일후보 합의 서약식을 했다. 이날 공 후보와 권 후보는 ‘단일화 연석회의’ 주선에 따라 23일과 24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하기로 하고 조사기관과 문항 등 경선 방식에 합의했다. 두 사람 간 단일후보는 26일 후 등록 마감 전 발표될 예정이었다.

◇23일 단일화 작업 위기=민주당 공민배 후보는 23일 저녁 이날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진행중인 단일화 여론조사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공 후보는 이날 저녁 창원KBS에서 진행한 생방송 ‘포커스 경남’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와 무소속 권영길 후보측 참모들만 참여한 가운데 야권은 권 후보로 단일화된 것처럼 비쳐졌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공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인데 생방송에서 권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인 것처럼 보였는데 어떻게 조사를 계속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공 후보측은 여론조사 기관에 조사 중단을 요구하고 참관인을 철수시켰다.

권 후보는 이에 대해 “오해는 풀고 여론조사는 합의한 대로 결론을 내는 것이 정권교체에 죄인이 되지 않는 길”이라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24일 연석회의 봉합 노력=단일화를 주선한 연석회의는 24일 낮 합의가 깨지자 오후에 다시 회의를 열고 기존 여론조사를 폐기하고 25일 오전부터 26일 낮까지 다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공 후보 단독 TV토론 출연 등을 제안했다.

◇25일 비방전 격화=권영길 후보측은 민주당 공민배 후보측을 겨냥해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권 후보측은 25일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단일화 중단의 책임을 공 후보측에 돌리며 그동안의 단일화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권 후보측 정용상 특보는 회견에서 “질 것 같으면 판을 엎어 버리는 것이 단일화에 임하는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었다”며 “과연 민주당은 정권교체할 생각이 있는지, 경남 선거를 제대로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특보는 “정당이 아니라 시정잡배도 하지 않을 치졸한 짓을 당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처럼 파국으로 치닫자 정치권에서는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26일 단일화 합의 선언=서로 격렬한 비난 공세를 펼치던 공민배 권영길 후보가 26일 새벽 경남지사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합의를 선언했다.

단일화를 중재해온 시민단체 연석회의는 공·권 후보 간 2차 여론조사를 해 단일후보로 결정된 후보만 이날 선관위에 등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연석회의는 단일화가 파국위기를 맞자 지난 25일 오후 9시 두 후보 측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마라톤 회의를 계속해 이날 새벽 어렵게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새 여론조사를 마무리한 뒤 오후 3시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23, 24일 이틀간 진행키로 한 여론조사는 공 후보 측 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마무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 측은 단일화가 결렬될 경우 공멸할 것이 뻔한데다 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따가운 질책을 의식해 막판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공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와 상관 없이 이날 오후 후보직 사퇴와 무소속 권영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