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국가산단 지정 무산 의도" 지역민 분노

대한항공·부산시 항공클러스트 MOU 반발 확산

2012-11-27     이웅재
대한항공의 부산시와 항공산업 클러스터 조성 MOU 체결과 관련, 지역에서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진주시와 사천시는 “대한항공이 부산시와 항공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은 ‘항공산업 국가산단 지정’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라며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또 범시민대책위원회도 “대한항공의 사천 투자계획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대한항공의 KAI 인수 저지를 선언했다.

◇사천시측=정만규 사천시장은 26일 오전 11시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부산시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부산테크 설립 MOU를 체결한 대한항공을 겨냥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사천시의 대표기업인 KAI가 미래의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점까지 민영화를 보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정 시장은 “민영화가 거스를 수 없는 국가정책이라면 항공산업에 투자 여력이 월등한 기업이 KAI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시장은 “KAI 인수에 참여한 대한항공이 부산 강서구 일원에 항공산업 클러스트를 조성키로 하고, 부산시와 MOU를 체결한 것은 지자체간 과다경쟁과 중복투자를 방지하려는 지식경제부의 항공산업 지역별·기능별 발전계획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하며 “또한 사천·진주에 항공국가산업단지 인가절차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남과 인접한 부산지역에 항공클러스터를 조성할 경우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 지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쳐 지역의 소외감과 정부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시장은 “부산시와의 MOU 체결은 대한항공에서 KAI를 인수해 사천지역에는 군수부분만, 민수부분은 부산 테크 센터를 중심으로 분리하려는 저의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이럴 경우 KAI의 부실초래는 물론, 지역의 항공부품업체의 동반 부실로 지역경제의 심각한 위축을 초래하고 항공산업의 2중 투자로 인한 항공산업 전체의 부실로 이어져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시민대책위측=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노동조합과 사천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범시민대책위원회도 이날 26일 성명서를 통해 “부채비율 1000%에 육박하는 기업, 2012년 하반기에만 회사채 4900억 원을 찍어낸 기업이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KAI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부산시와 체결한 항공산업단지 조성에 1조 5000억 원을 투자하고, 사천지역에 또다시 1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며 “사천지역 투자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염불”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들은 “진정 투자계획이 서 있다면 인수 후 밝힐 사항이 아니며, 지금 당장 밝히고, 어떠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인지 계획 또한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잘 구축돼 있는 진주·사천의 항공산업단지와 별도로 굳이 부산에 항공산업단지를 조성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입장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KAI노동조합과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투자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염불로, 순간의 난처한 상황을 피해가려는 얄퍅한 수단이라고 본다. 대한항공의 KAI 인수 시도를 반드시 저지해 지역경제 파탄을 막아 낼 것이다”고 말했다.

◇진주시측=진주시도 경남항공국가산단 지정을 무산시키는 의도라며 ‘부산항공산업클러스터 조성계획’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진주시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부산항공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할 경우 항공산업이 밀집되어 있는 진주·사천시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국가항공산업단지 지정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경남이 국가항공산업단지 입지적인 측면에서 최적지이며, KAI 인근의 산업 집적화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와 대한항공은 기체정비와 수리를 명분으로 부산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것은 진주·사천지역의 ‘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무산 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는 부산시와 대한항공은 서부경남 나아가 경남 전체의 염원인 ’경남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 조기 지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부산항공산업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재고할 것을 34만 시민과 함께 촉구했다.

아울러 국가산업단지 지정의 지연으로 지역갈등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신속한 국가산업단지 지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측=대한항공은 지난 25일 ‘KAI를 인수하게 되면, 부산 테크센터와 유사한 규모의 투자를 사천에 할 것’이라는 내용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사천지역에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와 유사한 규모의 투자를 해 ‘제2의 테크센터’로 키우는 것은 물론 대한항공과 KAI를 별도로 분리·운영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KAI는 부산테크센터와 사업특성이 다르다”고 전제한 뒤 “KAI 인수 때 사천지역에 KAI 특성에 맞춰 투자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경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항공산업국가산업단지에 부응하는 규모의 투자를 통해 사천지역 항공산업 발전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순철·사천/이웅재기자
정만규 기자회견
정만규 사천시장은 26일 오전 11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부산시 항공산업육성 MOU 체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