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전 도지사 도망간 날

이수기 (논설고문)

2012-12-06     경남일보
5일 경전선 마산~진주(53.3km) 복선전철 KTX가 개통됐다. 삼랑진에서 진주까지 총 95.5km의 복선전철 사업은 2003년 12월 착공, 2조2103억 원을 투입, 삼랑진~마산간 구간 42.2㎞는 2010년 12월 우선 개통, 마산~진주 구간 53.3㎞는 5일 개통됐다. 무궁화로 6시간50분 걸리던 운행시간이 서울까지 3시간28분으로 줄어들었고, 진주~동대구는 1시간28분, 진주~부산은 1시간54분으로 단축됐다. 국토부는 경전선 진주~광양(51.5km) 복선화 사업도 201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진주역~서울역 간은 하루 10회(월요일 12회) 운행한다.

▶진주~서울 구간의 요금은 공휴일 기준 5만4500원, 월~목의 주중은 할인돼서 5만7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진주~서울 간의 시외버스 1만9400원, 고속버스 2만2000원보다 3배가량 비싸다. 벌써 비싼 요금 탓에 KTX를 타기 어렵다는 불만이 시민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진주~서울 KTX 개통으로 상공계와 유통업계는 대도시로 쏠림현상(빨대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물류비용이 줄고 관광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크게는 서울 등 수도권으로, 적게는 인근 부산과 대구지역으로 지역경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으로 상권 위축이 우려된다.

▶진주에 철도가 처음 개통된 것은 87년 전인 1925년 4월 1일이다. 87년 전 철도가 부산~진주 간에 개통되는 날 진주성에 있던 경남도청(관찰부)인 요즘 도지사인 당시 일본인 관찰사 화전순(和田純)이 철도시승이란 명목으로 도청 간부들과 함께 열차를 타고 도망치듯 부산으로 달려 가버렸다. 말하자면 87년 전 철도가 개통되는 날 진주의 입장에서는 경남도청이 부산으로 이전, 도지사가 도망간 날이 됐다. 제발 그 당시 같은 비슷한 사태가 없기를 고대한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