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조용미 시인

2012-12-17     경남일보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

우레가 땅 속에서

가만히 때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비익총에 든 두 사람의 뼈는 포개져 있을까요

생을 거듭한 지금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붉고 노랗고 창백한 흰 달에

이끌려

나는 언제까지고 들길을 헤매 다니지요

사랑이나 슬픔보다

더 느리게 지나가는 권태로 색색의 수를 놓는 밤입니다

하늘과 땅만 자꾸 새로워지는 날

영생을 누리려 우레가 땅을 가르고 나오는

적막한 우주의 한 순간입니다.



작품해설=짧아지든 해가 동지를 기준으로 하지까지 하루에 1분씩 길어진다.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우주의 위대한 섭리와 질서는 계속된다. 피폐한 영혼들이 부활을 기다리고 소멸의 한계점에서반등의 산식의 기준점을 일러주는 자연에서 이제 우레를 키울 일이다. 저 깊은 곳에서 발아하는 희망을 데울 일이다.(주강홍 진주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