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寒波)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2-12-26     경남일보
세밑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강이 얼고 거창의 아침기온이 영하19도까지 떨어졌다. 우리 속담에 ‘가을무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에 춥다’는 속담이 있다. 지난 가을 무 껍질이 두꺼웠던가?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연말까지 또 한 차례 눈비가 내리고 강추위가 겹칠 것이라고 한다. 내년 1월은 더욱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매우 발달해 있고 북극 눈이 녹아 없어지는 등 겨울한파는 이미 예상됐지만 체감하는 추위의 기세는 만만찮다.

▶“어떤 도시는 추위가 하도 심해서 말하자마자 얼어붙는데 얼마쯤 지나면 그 말이 녹아서 들을 수가 있으며 보통 겨울에 말하면 이듬해 여름에 듣게 된다.” 플루타아크가 ‘듣기에 대해’ 한 말이지만 겨울 추위를 가장 잘 인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말을 듣고 쉽게 옮기지 말고 깊이 삭이라는 뜻인듯하다. 석학 이어령은 ”추위는 죽음이다. 그렇기에 겨울의 추위는 인간에게 종교적 명상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세밑 추위가 우리에게 많은 명상을 불러 일으킨다. 그 중 하나가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이다.

▶“신이여. 이 저녁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옵소서. 눈 오는 날을 더듬어 가는 자를, 커튼을 깊게 내려 내 방은 유월 날씨처럼 따뜻하다. 하지만 어딘가 집 없는 아이처럼 내 마음은 추위에 떨며 울고 있다.” S.티이즈테일의 ‘겨울 밤’의 한 귀절이다. 올해도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모금 목표를 넘겼다고 한다. 아너소사이어티가 200명을 넘었고 사랑의 온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가히 시베리아의 칼바람도 무디게 할 수 있는 우리의 인보정신이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