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반달곰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3-01-04     경남일보
지리산 반달곰은 겨울잠이 한창이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추위 탓에 동면도 예년에 견줘 빨랐다고 한다. 곰이 움직이지 않는 이 시기를 이용한 생태연구도 한창이다. 그런데 반달곰 사회에서 놀랄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리산에는 모두 27마리의 반달곰이 살고 있다. 모두 생태복원을 위해 인공방사된 것들이다.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어 곰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감지되고 있다. 곰이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 먹이습성을 파악할 수 있고 행동반경을 꿰뚫어 볼 수도 있다. ‘놀랄 만한 사건’은 지난해 1월 지리산에서 태어난 새끼곰 두 마리중 한 마리에서 가계도에 없는 유전자가 나타난 것이다.

▶아직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리산에는 토종 반달곰이 살아 있다는 증거여서 생태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반달곰은 다부다처제여서 아비가 다른 새끼의 임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방사된 반달곰은 유전자가 확보돼 있어 가계도 파악이 쉽다. 혈액과 모근, 배설물을 통해 실시한 검사여서 신빙성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리산에는 그동안 반달가슴곰은 물론 표범과 호랑이도 살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고, 실제로 간간이 목격담도 들려 왔다. 그러나 학계는 이들의 멸종을 공식화하고 생태복원을 꾀하고 있다. 일제 말기 남획과 전쟁의 포화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리산은 1200여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지금은 멧돼지를 정점으로 노루, 담비, 너구리, 토끼 등이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반달가슴곰의 아비를 찾아줄 때이다. 지리산 원시림 깊은 곳에서 사람을 피해 인고하며 살아 왔을 토종 반달곰의 모습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