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고일탁(九顧一啄)

정만석 (취재2부장)

2013-01-28     정만석
연약한 꿩이 자기를 노리는 천적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주위를 아홉 번 보고 모이를 한 번 쪼으고 한다는 말이 ‘구고일탁(九顧一啄)’이다. 그래서 옛날 한의사들은 침을 넣고 다니는 침통 마개에 꿩털을 달았다. 환자의 몸에 침을 놓기 위해 침통을 여닫을 때마다 꿩의 깃털을 보기 위해선데, 그만큼 조심해서 그리고 신중하게 일을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들어 정치권 일각에서 ‘구고일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중론’을 부르짖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임기말 MB정권이 특별사면을 추진하려 하자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말 특별사면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데 이어 인수위에서도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결국 혼란만 초래될 것이란 기우 때문이 아닐까.

▶‘택시법 재의결’문제의 경우에도 여야는 처음과는 달리 신중모드로 전환했다. 당초 여야는 여론의 중지도 모으지 않았고 특히 구체적인 실천 계획 없이 택시법을 추진했다. 그러자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고 여야는 곤혹스러워 했다. 업계의 반발이 예상되자 ‘택시지원법’이 나왔고 이 법안에 비판적이었던 여야는 ‘검토’의견으로 선회했다. 여야가 신중론을 선택한 것이다.

▶너무 신중하다 보면 일을 그러치기도 한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아차’하는 순간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준비나 계획없이 일을 추진한다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철저한 준비와 계획 그리고 이를 통한 문제해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중차대한 일에서는 더 그렇다. 조선 말 의학자였던 이낭청 선생이 “총명한 자식을 생산하려면 무릇 꿩처럼 아홉 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만석·취재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