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던 날

김철수 기자

2013-02-07     김철수
한국 첫 우주발사체(KSLV-1) 나로호가 지난달 3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5000만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비상(飛上)이었고,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함을 전 세계에 알리는 날이었다. 나로과학위성이 이날 오후 4시 굉음과 함께 발사대를 박차고 오른지 9분 뒤 궤도에 진입했다.

이주호 과학기술부장관은 나로호가 보내온 위성 투입 궤도자료를 확인한 뒤 오후 5시 ‘발사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오후 5시25분 노르웨이 트룸 소 기지국에 비컨(위치확인) 신호를 보내 궤도 내 제대로 자리를 잡았음을 알렸다. 다음날 31일 오전 3시27분 대전 KAST 인공위성센터와 17분간 첫 교신을 했다. 이날 TV로 발사 성공소식에 온 국민들은 환호했다. 또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AFP통신, 중국 신화통신, 일본 아사히신문,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 세계 주요 언론들도 한국의 나로호 발사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하며 관심을 보였다.

나로호가 이전삼기(二顚三起) 끝에 발사에 성공했지만 본격적인 우주개발을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나로호의 핵심인 1단 발사체는 러시아에서 ‘완제품’으로 들어왔다. 2단 발사체와 위성만 한국산이다. 나로호 개발비 총 5023억원 가운데 40%가 넘는 2165억원이 러시아에 국제협력비로 지출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배정된 예산은 그 절반인 1033억원에 불과했다.

사실 그동안 정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발사 성공 때까지 ‘남의 기술로 만든 반쪽짜리 로켓’이라는 국민들의 온갖 비판에 시달려 왔다. 이같은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 오는 2021년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추력 75t의 액체 로켓(KSLV-2)을 만든 뒤 4기를 묶어 나로호에 탑재된 과학위성(100㎏)보다 10배 이상 무거운 1.5t 짜리 실용위성을 지구궤도(지상 600~800㎞)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 성공하면 오는 2025년까지 달에 무인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 사업에 2021년까지 총 1조5449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1차(2010~2014년)연도 소요예산의 평균 70%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인력은 200여 명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의 흐루니체프사는 4만5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우주정책 전문가들은 한국형 발사체를 조기 개발하려면 일부 부처에만 맡겨둬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박 대통령 당선인이 당초 오는 2021년까지로 계획돼 있는 발사체 개발을 2019년까지 앞당기겠다고 공약한 만큼 정부는 과학인력 확보와 집중 투자에 과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