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갑돈의 삼사일언>난(蘭) 그대를

2013-02-07     경남일보
햇살 깨물며 눈뜬 샛노란 애기꽃은

태초의 눈물 머금고도 결코 흘러내리지 않으니

이다지도 싸아한가.

한 촉 한 촉 길어올린 가느린 꽃대엔

여럿 꽃망을 등에 업고도 결코 쓰러지지 않으니

이 얼마나 강인함인가.

사람인(人)자 거꾸로 세운 갈푸른 잎은

달빛 스멀 허리를 휘감아도 끝내 유혹되지 않으니

이 얼마나 순결함이던가.

아! 이젠 난(蘭)그대의 고매한 기품

빼어난 그 향기 먹빛 화분 속에

오래 담아두는 일 만이 남은 것 같소.

사람 향기 그윽한 설 명절 되십시오.

/하갑돈·문화기획가